코멘트
최니은

최니은

4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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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양식

책 ・ 2015

평균 3.8

아가사 크리스티가 본명과 다른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들 중 처음 발표한 글. 사건은 모두 우연에 기댄다. 옛스럽고 재밌다. 행동하는 자와 성찰하는 자 중 철저히 후자였을 작가의 인간 본성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부족하고 모순적인 생생한 인간 군상. 인간의 생애를 인류 발전의 역사에 빗댄 제목의 의미. 1930년에 발표된 걸 알고 읽어도 전쟁에 관한 짤막한 단상들도 날카롭고. (2022년에도 적용될 줄이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예술혼에 대한 묘사에서 그의 창작의 비밀을 엿본다. 성공에 기댄 본명보다 은밀한 다른 필명에서 하고팠던 것들을 마음껏 펼쳤을 것이다. 책 말미에서 두 번 인용한 만큼 카라마조프의 영향도 느껴짐. 아가사 크리스티는 내 안에서 완전히 재평가되었다. 진짜 똑똑한 사람. 그리고 아마도 심히 고독했을. 조는 철없는 이상주의자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발표된 순서대로 전작을 읽는 중이라 감히 짐작해보건대 마냥 비꼬려고 한 건 아니리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난 런던이 정말 좋아. 런던에서 살아야겠어. 애설 숙모와도 살지 않을 거고. 난 혼자 살겠어. 넌 그럴 수 없어 조. 여자들은 그렇게 살지 않아. 그렇게 사는 여자들도 있어. 하나든 여럿이든 같이 살면 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왜 그래요? 차라리 죽고 싶어요 그럼 이 건물 꼭대기로 가서 뛰어내려요 버닌이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는 화가 나서 제인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