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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영

독영

2 month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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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

책 ・ 2020

평균 3.8

결국 어느 시점엔 자신의 존재를 조금은 잊게 될 겁니다. 자기 자신을 잊는다는 것은 단순한 촬영자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해진 규칙이나 정확한 플랫폼 없이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을 뜻합니다. (p.23) 제가 볼 때, 동시대성과 현대성은 각각의 예술 장르가 지닌 특징을 이해하고 다른 예술 언어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훨씬 더 드러납니다. 한 언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메커니즘을 시도하는 겁니다. 이미지, 사진, 노래, 문학, 영화와 같은 장르들은 사실상 의미들이 서로 연결된 별자리와 같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있지 못하더라도, 작가는 물론, 그의 작업을 지켜보거나 대화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다양한 의미들이 소통합니다. 어느 면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되어 버렸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복잡합니다. (p.50-51) 사진은 언제나 세계의 아주 일부분만 드러내기 위해 나머지 세 계를 배제하는 것이죠.(p.52) 감독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은 어린 시절 옷장 안에 들어가 문의 한쪽 틈새로 바깥을 내다봤을 때, 영화의 마법을 발견했다고 털어놓는다. 외부세계, 즉 방의 내부는 그에게 놀랍도록 흥미로웠고 '움직임' 속에 있는 듯 보였다. 사진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들 중 하나도 이처럼 무언가를 '통해서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보기는 첩보원이나 관음증 환자의 태도가 아니다. 오목이나 볼록 렌즈, 필터, 젖빛유리판, 프리즘, 광학장치, 뷰파인더, 십자선 그리고 프레임을 통한 시선을 의미한다. 외부세계의 어떤 그림자나 겉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작고 놀라운 결과물들의 끝없는 장은, 이 모든 것들이 빛의 투명성 덕분에 나타나며 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148) 그는 각각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들을 불러온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독자적인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이미지는 자기 안에 다른 무언가를, 즉 다른 이미지, 사진, 시각, 외적인 모습에 대한 기억의 흔적을 데려온다.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