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로비
평균 2.5
2025년 07월 15일에 봄
이로써, 완전하게 자리잡은 하정우식 과하지 않은 코미디 각본이 주는 티키타카, 영화적 재미, 감칠맛 나는 대사들의 향연, 좋아하는 배우들의 대거출연, 중간중간 빵터지는 코미디로서의 의무까지. 거창한 블록버스터가 아니어도 하정우 감독이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라는 점에선 앞으로의 영화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난 특히 이 작품에서, 하정우가 자신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그런 게 느껴진 거 같아서, 괜히 뿌듯하고 재미있게 보았다. 어떠한 충격이나 자극없이, 시간이 눈녹듯 사라질 만큼 강력한 재미를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근데 자기는 빽을 왜 들고 온 거야?” “요즘 제가 이걸 들고 다녀야 마음이 편해가지고요. 스코틀랜드 스타일로.” 하정우가 직접 연기한 윤창욱이라는 캐릭터에 아마 스크린 밖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게 아닐까 싶다. 그는 작중에서 적당히 탐욕과 야망을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머리는 좋고, 골프는 잘 못 치지만 타인의 기분을 맞춰주기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별거 아닌 결정(두 골프공 중 어떤 공이 나무에 가까운지 말하는 것)을 앞두고 자신의 소신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한다는 점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타협하는 순간은 찾아오고, 그 선택을 한 후에, 그 타협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로 인해 후회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더 발전이 될 때도 있다. 그 감정선이, 창욱과 진프로의 감정선에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전 특혜 같은 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카트에만 태워주십쇼.” “차라리 특혜를 바라세요. 특혜라는 건 말이에요, 누구 하나 편 들어주면 끝납니다. 간단해요. 근데 공정이라는 건 이건 뭐 룰 만들어야지, 심판 정해야지, 근데 그 과정에서 또 불공정하다는 얘기가 나와요. 간단치가 않습니다 생각보다. 그래서 세상은 항상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하다는 거예요.”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흐름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배우들의 등장'과 '고착화된 하정우의 연출 스타일'로 인해, 너무나도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고, 화목한 촬영장 분위기가 떠올라 좋기도 하지만' 식상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새롭지가 않다. <무한도전>이나 봉준호 작품이 '이번에는 어떤 소재와 내용을 다룰까?' 설렘을 유발한다면 콘셉트가 확실해진 이 작품부터는 '다음에도 비슷한 흐름일까?' 하게 된다는 것. 나는 아직 하정우 감독의 작품이 좋지만 언제 어디서 갑작스레 익숙해질지 몰라서, '안 봐도 돼~'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봐 두려울 따름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 1. 식사 이 장면이 하정우의 개그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 감독을 연상케 하는 '몰아치는 대사의 재미'는 물론이며 이전 대사가 그 다음 대사를 따라가고, 배우들끼리 패스를 주고 받다가 기막힌 어시스트로 슛을 때려 골을 성공시키는 것까지, 영화적 디테일이 살아 있으며 대사들만 따로 놓고 봐도 흥미진진한, 정말 매력적인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치킨집 따님이 비건이시라, 아이고 아버님 많이 곤란하시겠는데요?” “그 치킨집 때문에 비건이에요.” “진프로님이 상심이 크셨겠네요, 그럼 저는 오늘 아침에 북어국으로 먹겠습니다.” 2. 오바이트 이 영화의 씬스틸러는 단연 진프로(강해림). 처음 보는 배우인데 존재감이 계속 눈이 갔다. 아마 그녀가 연기한 진세빈이라는 캐릭터가 꽤나 입체적이어서 그랬을 텐데, 진프로는 필드에 나가있는 내내 자신의 골프에 위축되어 있고 금방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불안해 보였다. 결국 자신의 공의 위치를 속이는 창욱을 보고 크게 실망하여 자신의 서러움을 토로하는 장면이 울컥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는 창욱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아마 진프로는 아빠 치킨집 문앞에 놓여져 있는, 깨끗해진 골프채를 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할 것이고, 창욱 역시, 순간의 쾌락을 이기지 못 하고 현실과 타협할 일이 두 번 다신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제 볼에 손대셨죠? 대표님만 믿으라면서요. 정당하게 해서 기회를 갖는 자리라면서요. 저 이 자리에 나온 게 너무 후회되네요. 지금 여기서 결정할게요. 대표님 회사의 계약,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가 꽤 괜찮은 영화를 보면 항상 어떠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가 딱 그랬다 이 영화 보고 나니 골프를 배워보고 싶어졌거든요 “안 괜찮을 이유가 없죠? 늘 괜찮을 순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