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나는 정말 이 영화를 사랑하고 싶었는데, 미화해서는 안될 주제를 건드려버렸다. 프릭쇼로 돈벌이를 하고 장애를 가진 이들을 물건마냥 전시했던 바넘의 모습은 마법같이 사라지고 가족을 사랑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백인 구세주의 환한 미소만이 걸려있다. 그에게 노예로 팔려와 이를 전부 뽑혀 신기하고 징그러운 것으로 전시되었다가 죽음마저도 엔터테인먼트로 포장되어 부검 ‘쇼’로 생을 마감했던 장애인 흑인 여성의 이야기는 감춰졌다. 주류 관객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본가들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장치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기만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이게 나야!’ 를 외치며 인간애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는 더없이 공허하고, 역겨울 정도로 불편할 뿐이다.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 제작 역량이 이 주제에 낭비된 것은 크나큰 비극. 21세기의 할리우드가 낳은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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