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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액종우

빼액종우

1 year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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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정원

영화 ・ 2022

평균 2.9

극중 노래 가사 중 "올바르게 상처받아야 했던 나는"이라는 구절은 [드라이브 마이 카] 속 가후쿠의 "나는 올바르게 상처받아야 했어."라는 대사를 연상시킨다. 똑같이 상실에 대해 다루는 두 영화 사이에 무언가 공유하는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이 '올바르게 상처받는다'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어쩌면 두 영화도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했어야 했다."라는 표현을 썼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곳에 상처는 존재한다. 상실은 언제나 우리의 도처에서 갑작스럽게 급습하기 마련이니. '올바르게 상처받는 법'이 있다면 '올바르게 그 상처를 극복하는 법'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더더욱 의심스럽다. 애초에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상처가 남긴 흉터가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진 않을까? 그 질문들에 [드라이브 마이 카]는 [바냐 아저씨]의 말을 빌리며 "그럼에도 살아가야지 뭐 어떡하겠어."라고 말한다. [두더지]는 그저 하염없이 "간바레"만을 외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상처받은 자신을 꼭 안아주고, [룩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하기로 한다. 결국 공통의 재해, 인재 속에서도 인간(혹은 예술가)은 각자만의 상처를 입고 각자만의 극복법을 강구한다. [기억의 정원] 속 보라색 아네모네는 "당신을 믿고 기다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극중 주인공은 보라색 아네모네를 미련없이 떠나보내며 "사요나라"를 읊조린다. 그녀는 괜찮을 것이다. 그녀가 그린 유화 속에서, 기억 속에서, [기억의 정원]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까. 이 작품이 야마다 나오코에게 있어서 그런 [기억의 정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유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