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무난

무난

2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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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싱어

영화 ・ 1927

평균 3.2

최초의 유성영화로 알려진 이 혁신적인 영화는 무성영화와 별다를 거 없이 검은 배경에 쓰인 자막에 의해 전개된다. 무성영화 시대에도 영화 음악은 존재했기에, 필름 안에 음악이 함께 담겨있다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대단한 전환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잭 로빈이 된 재키의 첫 노래가 끝나고 불현듯 그가 관중을 향해 말을 건넸을 때, 나는 1920년 대 극장에 앉아있는 관객인 된 마냥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을 느꼈다. “Wait a minute, You ain’t heard nothing yet.”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시작이란 말인가. 움직이는 사진(moving pictures)이란 뜻의 ‘movie’에서, 말하는 사진(talking pictures)을 뜻하는 ‘talkie’ 시대로 넘어가는 그 한 마디가 ‘잠깐만요, 이게 다가 아닙니다. (당신들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요_직역)’라니 무성영화의 미학적 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대하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꿋꿋하게 유성영화를 내보이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 쿨하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유성영화를 처음 세상에 내보이는 자신감과 본인들의 신념, 그들이 믿는 영화산업의 발전을 재즈를 사랑하는 재키를 통해 표현한다. “아버지는 구식이에요. 여기서 태어나셨다면 저와 똑같이 생각하셨을걸요. 전통도 좋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전 제 방식대로 살 거예요.” 재키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본인의 신념에 대해 설파하자, 아버지가 “선창자인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건 신성모독이야!”라며 화를 내는 장면은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워너브라더스와 유성영화는 예술이 아니라며 반대하던 기존 영화인들의 대립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시퀀스의 끝에는 워너브라더스의 당시 속마음이 보이기도 하는데, “저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아버진 절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시는군요.”라며 집을 나서는 재키의 표정과 대사에서 들뜬 기대감으로 세상에 ‘비타폰 시스템(워너브라더스가 유성영화를 위해 고안한 사운드 기술)’을 발표하였다가, 사람들의 냉대를 받은 워너브라더스의 실망감과 원망이 묻어난다는 점이 재밌다. 영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겐 그리 새롭지 않은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꿈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나아가려는 청년과, 과거에 묶여 그런 자식을 반대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다양한 변주로 여러 영화에서 사용된 소재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유성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워너브라더스가 그런 주인공에게 본인들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이해를 갈구하며 계속해서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재키에게서 영화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워너브라더스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가 개봉한 후, 그들은 이 영화를 통하여 유성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성공하였고,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이처럼 ‘윈터 가든(브로드웨이의 유명 극장) 재즈 가수 잭 로빈’이라는 극장 위 네온사인과 수많은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재키의 모습으로 끝나는 엔딩 시퀀스는 영화사의 미래와 함께 완벽하게 포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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