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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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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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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연습

책 ・ 2020

평균 3.7

출근 시간의 시내버스, 그러니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만원 버스에서 젊은 남자 하나가 가름끈이 달린 양장 제본의 책을 읽고 있다. 『문체 연습』이라는 제목으로 보아, 문예 창작에 관한 책이 틀림없다. 젊은 남자의 신체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목. 마치 어린 시절, 이상한 미적 감각을 가진 어머니가 위에서 세게 잡아당긴 것처럼 기형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는 그 긴 목을 상당히 잘 활용하고 있는데, 바로 사람들 틈에서 어떠한 시각적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편하긴 매한가지인가 보다. 젊은 남자는 빈자리가 생기자마자 읽던 책을 덮고 뛰어간다. (책을 읽으면서 빈자리가 생긴 건 어떻게 알았을까? 그 또한 긴 목 덕분이리라.) 흥미로운 일은 두 시간 뒤에 생긴다. 나는 서울역 앞에 있는 광장에서 젊은 남자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뭐라 뭐라 말을 건다. 내용은 이렇다. “넌 무슨 이런 책을 읽냐. 제목은 또 왜 이래.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