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
평균 2.9
2023년 12월 22일에 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짱구.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늦게 오는 부모님 덕에 집에 대부분 홀로 있었던 난 바보상자를 들여다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투니버스에선 짱구, 끝나면 챔프에선 짱구 극장판, 심지어 컴퓨터로는 짱구교실에 접속하여 나름 혼자 잘 놀았었다. 외로웠던 순간은 없었다. '혼자가 된 시점'부터 이미 짱구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 유년의 나를 위로라도 해주려는 듯 현실의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만 같았던 이번 작품.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바뀔 수 있는 거네요." "그 힘이 초능력 같은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일지도 모르지." 감독은 짱구 극장판을 한 편도 보지 않은 것만 같다. 이 영화는 실제로 짱구 극장판 같다기보다는, EBS에서 오후 한두 시쯤 틀어주는 유아용 프로그램 느낌이 들어 여러모로 몰입이 힘들었다. 또, 오로지 짱구의 캐릭터성에만 올인하여 개연성, 짱구를 제외한 인물들의 매력, 전개 방식 모든 방면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영화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 울컥하는 감정선 역시 '짱구를 바보상자를 통해 들여다보던 나의 유년'이 떠올라서지, 영화적 연출 덕은 결코 아니었다. "김밥은 배신 안 해. 언제 먹어도 맛있어. 나도 널 배신하지 않아." 먹고 살 걱정 같은 건 하면서 살고 싶지 않던 짱구는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다. 그것이 짱구에겐 흰 쌀밥이자, 걱정을 하고 싶지 않다는 염원이었고, 그의 '천진난만함'의 원천이었다. 짱구는 그렇게나 순수한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언제부터 짱구가 친구들이 위험에 처해있는데 시덥잖은 장난이나 치고 있고,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 감정을 아예 못 느끼는 아이로 묘사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영화의 명장면] 1. 짱구 VS 음지남 짱구는 사과를 잘 깎다가도 그걸 떨어뜨리면 '아빠 줘야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은근히 신형만을 무시하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그만큼 아빠가 강하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짱구의 행동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를 집은 뒤 가차없이 던져버리는, 적에게 피해조차 입히지 않았지만 신형만의 강함은 아직 발휘되지 않았다. 진정한 핵무기급 위력은 그의 하반신에 있으니. "난 아직 수염은 없지만, 아빠는 있거든! 아빠 발사!" 2. 과거의 음지남 짱구는 음지남의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칸탐 로봇을 좋아하던 순수함은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탓에 썩어가고 있었던 음지남의 삶에 '짱구'라는 한 줄기 빛이 나타나게 된다. 같이 초코비를 먹고, 같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힘들 때 손을 내밀어주는 유일한 존재. 음지남은 한순간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된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처음부터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았으니까. 그랬던 그에게 아주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이 하나 생기게 된다. 바로 짱구였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달라질 건 없어. 응원하러 온 사람도 없고." "그럼 내가 응원해줄게." 짱구는 외롭고 어두웠던 우리의 유년을 밝게 만들어주었다 늘 타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위로가 되어주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친구' 같았던 짱구가 이제는, 내게 있어서 또다른 '배움'의 존재가 된 것 같다 "아빠, 우리 앞날이 캄캄해요?" "절대 그렇지 않아. 노력하면 다 할 수 있어. 젊으면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 물론 미래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럼에도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거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