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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라스 폰 트리에를 완강히 거부하는지 나조차 몰랐던 이유를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기말에 ‘구모’라는 엄청난 데뷔작을 만들어 차세대 밀레니엄을 이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청년에게 도그마 선언이라는 간교한 말장난으로 꼬드겨 터무니 없이 악랄한 수렁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찍고나서 8년이라는 시간동안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당시 비평계에선 퍽큐 시네마다 뭐다하는 요상한 이름짓기와 미래의 영화다, 그간 전례없는 영화을 만든다라고 제멋대로 규정해 감독을 회복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 이것은 비평계가 글로써 저지른 악행이며 또한 라스 폰 트리에가 가한 일격에 마무리 펀치를 날린 격이었다.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에게 당신은 켄 로치를 따라 영화를 찍습니까? 라는 질문과 다를게 도대체 무엇인가? 이처럼 하모니 코린은 누굴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 뿐이었다. 적어도 데뷔작까진) 하모니 코린의 영화보다 더한 지옥이 90년대 후반이라는 현실에서 속수무책으로 발생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억지 규칙에 입각하여 영화를 찍으니 이런 꼴의 결과물이 나왔고 감독은 ‘구모’ 이후에 진정한 걸작은 만들지 못한 체 산산히 파괴되 자신의 고유함과 순수성을 잃어버렸다. 만약 또 다시 청교도적 강론에 의한 폐쇄적인 교리로써 영화를 만든다면 영화사에 두고남을 엄청난 결점으로 남을 것 이다. 하나의 사조는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창조되지 않는다. 당시 덴마크 감독들의 취지는 좋았을 지 모르겠으나 순수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집착이 눈 뜨고 보기 힘들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찬양일색의 평들 속에 덩그러니 놓인 영화 밖, 현실에서 벌어진 잔혹함에 대해서 왜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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