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정치 운동 내에서 다른 목소리는 어떻게 공존하는가. 영화 중간중간 한국의 80년대가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민주화 운동을 이렇게 그려낸 영화가 없지 않나. 여전히 좌파 아니면 우파 식의 이분법적으로 보니까. 한국에선 민주화운동이 가진 상징과 무거움이 여전히 중요하다. 무거움을 떨치고 그 날을 상상하기엔 그 무거움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까.. 그래서 이야기들이 무겁고 진지하고 감정에 호소한다. 아픔을 이해해달라고. 반면에 이 영화는 굉장히 현란하고 리드미컬하다. 씬들이 가볍게 술술 흘러간다. 그래서 쟤네의 신념이 뭐야? 싶을만큼. 법정에 기소된 주인공 8인(보비까지)은 미국 좌파 내 다양한 물결을 상징하듯 서로 다른 정치신념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너무 중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정치공동체는 분열하지 않음으로써 승리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마치 단 하나의 목소리만이 운동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중산층, 대학생, 히피, 블랙팬서 등의 8인은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에 따로 모임을 하거나 연락하지도 않았던 사이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들을 '불온한, 저열한, 위험한' 단체로 낙인 찍는다. 서로 다르지만 분열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지만 위협하지 않는 소통 그리고 마지막의 연대까지. 내겐 그 부분이 너무 중요했다. (이건 최근에 본 미세스 아메리카에서도 페미니즘 안의 여러 갈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함께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서 받은 감동과도 비슷하다.)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힘을 발휘하는 거.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은 그걸.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내서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보여준다. 아론 소킨이 집필한 드라마 뉴스룸 첫 화에서 충격을 준 'Why America is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생각도 슬쩍 났다(아론 소킨에게 미국은 왜 이렇게 중요할까). 한국 국뽕 영화는 국민성에 관한 거라면 미국 국뽕은 국가-미국이라는 나라의 존재 이유-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말할 자유가 존중 받는, 그래서 엉망일 때도 있지만 결국 그 자유의 공존로 인해 위대한 나라가 된다는 미국식 국뽕. 트럼프 시대에 "Great America"에 대한 이보다 통쾌한 카운터 펀치가 있을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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