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다

이 별에 필요한
평균 3.3
2025년 05월 30일에 봄
먼저 연예인 성우 기용을 고집하는 한국 감독의 전략은 이번에도 실패다. 다른 작품 속 홍경의 로맨스는 나긋하며 일상적이고 뜨뜻미지근한 감성을 준다. 특히 김태리는 올해 백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가 뛰어나다... 그러나 이들은 '제이'와 '난영'을 연기하지 못 했다. 그저 제이의 대사를 읽는 '홍경'과 난영의 대사를 읽는 '김태리'의 잔상만이 영화 내내 불편하게 감돌뿐이다. 본디 연기란 표정부터 몸짓까지 모든 부분이 어우러진다. 그러나 성우의 연기는 다르다. 주체가 '액터'가 아니라 화면 속 '캐릭터'에 맞아야한다. 사실 대부분의 연예인 더빙 작품을 보면, 발성부터 접근법이 다르다는걸 우린 느낀다. 전반적으로 캐릭터의 모션이 목소리와 매칭되지 않는다. 로맨스물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선이 쌓이지 못하는데 한 몫한다. 성우 문제를 차치하고도 스토리가 매우 진부하고 그마저도 부실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과학자 부모, 부모의 의지를 이어받아 같은 길을 걷는 주인공,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과학적 문제 해결, 연인간 갈등까지 어디서 본듯한 클리셰 덩어리를 한데 모았다. 로맨스물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왜 제이가 난영에게 빠졌는지, 난영은 왜 제이를 좋아하게 됐는지에 대해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연애 스토리 진입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만남>사랑>갈등>결말의 단계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예컨대 <엘리멘탈>에선 전혀 다른 성향의 두 도시남녀가 데이트를 통해 서로의 반전의 장점들이 드러나며 매력적으로 어필이된다. 본작은 고작 이정도의 서사도 없이 "아무튼 우리 영화 로맨스입니다"를 어필한다.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치자. 20년전에나 봤을법한 화법과 대사는 몸을 배배 꼬게 만든다. 화성에 가있는 애인을 기다리는거랑 제이가 무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성장은 정말 이어지지 않는다. 본작은 감정선과 내용의 빌드가 한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30분은 최고라는것이다. 그런데 이걸 보기 위해 앞의 66분을 버틸 이유는 없어보인다. 뛰어난 작화와 연출적 시도가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시도되었고 성공적이었음에 높은 평가를 주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외적인 것들은 그저 껍데기일뿐이고 스토리와 연기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로맨스도, SF도, 가족얘기도 뭐 하나 제대로 풀어낸 거 없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이만큼 예쁘게 작화 그릴 수 있습니다"를 보여주는 제작진의 포트폴리오다. 사실 마지막 30분은 그냥 뮤직비디오 정도로 생각하면 보기 편하다. 근데 이건 영화잖아. 있어보인다고 해서 그 영화가 꼭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