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씨에이
금요일 밤의 연인들
평균 3.1
8.8/네가 아직 잊지 못한 그 남자를 내게 투영하고 서로 사랑을 했다면, 넌 그 남자를 사랑한 걸까, 나를 사랑한 걸까. 그냥 다 떠나서 나는 누구이며, 너는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중요하긴 한 걸까. / "그 사람이 날 사랑하고 있는 걸 알아서, 그래서 무섭지 않았어."란 여자의 말이 계획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이 없게 돼버렸다는 말로 들리는 듯했음. 당장 둘 중 아무나여도 상관없다는 뜻이거나, 혹은 지금껏 겪어본 바로 어차피 투영해온 이들이 결국엔 '중첩'되기에 괜찮다는 뜻이거나. / 낭만적인 느낌의 음악과 아련한 가로등 불빛, 헤어지기 아쉬워 하는 두 남녀,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있지만 아직은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둘 사이.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묘한 로맨스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갑자기 욕조에 담긴 시체가 등판하며 순간 스릴러로서의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엄습함. 허나 그래도 아직까진 현실의 범주에서 로맨스와 스릴러가 반쯤 섞여있는 듯한 분위기가 유지되는데, 우진이 잠에 빠지고, 색과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깨어나자, 영화는 스릴러를 넘어 아예 공포스러움을 뿜어내기 시작함.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 분위기는 다시금 로맨스릴러 상태로 돌아오고, 끝을 맺기 직전엔 오프닝의 음악이 역재생되며 로맨스와 스릴러와 공포를 있는대로 압축해 놓은 듯한 차분한 혼돈의 상태로 뚝 끊겨버림. 이렇다 할 극적인 장치 없이 대사, 말투, 표정, 흑백, 사운드 등의 비교적 기본적이며 일상적인 요소들만을 활용해 분위기를 능숙하게 컨트롤함. 차분하고 은근하게 변화를 일삼는 분위기에 그때마다 절로 빠져들었고, 속절없이 휘둘리는 맛도 있었음. / 우진 역의 박봉준 배우 얼굴이 뭔가 소지섭과 박성웅을 섞어놓은 느낌이었음. 살짝 다부져진 강기영 느낌도 좀 있고. 후반에 머리를 올리고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을 땐 진짜 소지섭의 눈빛과 상당히 비슷했음. / [28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20240711/코리안 판타스틱: 단편3/웨이브 온라인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