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그레이스>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그레이스의 캐릭터는 지금 세상에 성차별, 성폭력이 만연한 가운데 의미가 너무 크다. 사라폴리가 지금 헐리우드의 성폭력 사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텍스트를 결정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려 배경은 19세기 캐나다, 신분제와 가부장제가 만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레이스는 학대와 차별,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 진창을 끝까지 걸어가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구원자인척 자신의 입맛에 맞게 그레이스를 억압하려는 남성들에게 그들이 기대하는 서사에 귀속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설령 생존을 위해 그들의 말을 동조해주는 척 보여주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녀에게 진실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옳으냐 그르냐 보다 생존이 더 어려웠던 것이 그녀가 직면해야하는 현실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