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영화로운 나날
평균 3.1
'영화로운 나날'은 어떻게든 배역을 따내고 싶어하는 배우가 오랜 여친과 한바탕 싸우고 집에서 쫓겨나며 겪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겪는 영화다. 방황 중인 예술가 주인공이 현실과 환상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상황들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과 인생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전개는 감독의 전작인 '여자들'과 흡사하다. 주인공의 직업인 배우이며, 이름은 "영화"라는 점에서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우리 모두가 배우들이라는 기본적인 영화의 은유 겸 전제는 비교적 직설적이다. 그런 전제를 바탕으로 영화에서 주인공가 겪는 모험들과 상황들은 공간과 시간이 컷과 컷 사이에서 생략되며 이어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구성한다. 아는 형, 첫째 누나, 우연히 만난 배우와의 대화와 동행을 통해 주인공은 삶이라는 영화에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는가에 대한 탐색을 하게 된다. 여기서 연기란 어찌보면 꾸며내는 감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포장지만 있는 선물 꾸러미가 없듯이, 모든 연기 뒤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결국에는 그 진심을 찾는 여정에 있는 것이다. 언제나 응원하는 배우인 조현철의 자연스럽고 소심하면서 살짝 찌질한 맛도 있는 연기는 주인공과 정말 잘 어울렸고, 어찌보면 독립 영화 위주로 출연하는 배우 본인의 모습도 담겨있지도 있나 다소 궁금하기도 하다. 김아현 배우와의 연인 케미는 사실적이고, 달달하고, 몰입감 있었으며, 이 영화에서 아마 거의 유일하게 "현실"인 중심적 감성과 주인공의 핵심을 굉장히 잘 설정해준 부분이었다. 전석호, 서영희, 이태경 배우도 모두 각자의 역할과 플롯에서 든든한 조연 역할을 해줬다. 이상덕 감독은 긴 테이크로 배우들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담으려고도 하다가도, 음악 큐를 통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날카로운 컷으로 끊으며 다시 현실 (혹은 상황극)으로 되돌아오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홍상수나 우디 앨런스럽기도 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팝송 안 쓰는 자비에 돌란 같기도 했다. 전작에 비해 좀 더 하고 싶은 말도 확고해지고, 그에 따라 대화들과 상황들을 더 흥미롭고 다채롭게 짜는 이상덕 각본 겸 감독의 성장은 인상적이었으며, 관계의 상황극들을 모험하는 구성도 그 만의 확실한 색깔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