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이 영화의 감독인 워윅 쏜톤은 말한다, 생존을 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노라고. 구약성경에 나오는 삼손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천하장사이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블레셋 출신인 데릴라는 삼손을 유혹하여 그의 힘의 근원인 머리카락을 잘라 그를 순식간에 무력화 시킨다. 이 영화의 어린 두 남녀 주인공들의 이름도 다름아닌 삼손과 델리라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은 호주에서 가장 힘이없고 핍박 받는 원주민이다. 18세기 후반에 유럽인들이 호주에 정착한 후부터 원주민들의 인구가 90%나 감소했다고 한다. 그것뿐이랴, 지금도 그들은 호주의 빈민층을 구성하며 그들의 평균수명은 비원주민들에 비해 20세나 적은 60세에 그친다. 10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어리숙하지만 그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할 나이. 하지만 삼손과 데릴라에게는 그것마저도 사치인 듯하다. 작중에서 삼손은 환각성 휘발유에 중독되어 부작용으로 실어증에 걸리지만, 어쩌면 그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건 그들의 모든걸 약탈한 백인 기득권층이 아니었을까.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둘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고가지 않는다.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해서일까 그들은 불어터진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볼 뿐이다. 둘 사이의 침묵은 그 어떤 외침보다 격렬하게 내 고막을 울렸다. 단지 이런 사랑 이야기도 있어요, 하고 그 누가 감히 이 영화를 치부할 수 있을까. 그저 내 자신을 초라하게 웅크린채 고개를 떨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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