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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k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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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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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오후

영화 ・ 1975

평균 3.8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1972년 뉴욕이란 도시의 빛과 어둠을 교차시키며 시작한다. 오프닝의 배, 비행기의 속력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분주한 뉴욕 브루클린 거리. 한가로이 여름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거나 낮잠과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폭염을 헤치며 도로 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이 비치고, 색색의 자동차가 빼곡한 도로 뒤편에는 지저분한 쓰레기가 즐비하다. 감독은 화려한 고층 빌딩 사이로 개가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를 뒤지는, 이 더럽게 더운 오후(Dog Day Afternoon)에 벌어진 은행 강도 사건을 그린다. 시드니 루멧은 <대부>의 두 배우가 연기하는 소니(알 파치노), 샐(존 카제일)의 어설프고 위태로운 인질극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감 있게 연출한다. 전쟁에 참전했으나 빚에 허덕이고 배신당할 사랑을 위해 은행을 기웃거리다 신문 지면을 장식하게 될 소니는, 먹이를 찾아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 신문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는 버려진 개와 닮았다. 은행을 떠나지 못한 아마추어들은 무장 경찰과 언론의 생중계에 휘말리며 인질극을 벌이게 되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추종하는 무리가 생겨나고 언론은 사생활을 폭로하며 사건을 자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한다. 성소수자 차별, ‘애티카’로 암시되는 인권 문제, 전후 경제 공황으로 인한 빈부 격차,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언론, 명분 없는 월남전 패배의 상처, 공권력에 대한 불신 같은 70년대 뉴욕의 혼란한 사회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니의 마지막 표정은 허망하지만, 모든 게 끝나고 인질들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후련함이 뒤섞인다. 그가 유독 아프고 쓰린 건 누구나 때론 고단한 삶을 이기려 사랑에 집착하고 그것을 위해 무모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며, 그의 상처를 조금씩은 짊어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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