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주+혜

주+혜

5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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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영화 ・ 2019

평균 3.4

2021년 02월 06일에 봄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할머니에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많아봐야 일 년에 세 번, 네 번 만난다. 언제부터였더라. 할아버지는 툭하면 죽음에 대한 농을 친다. Y시에 남아있는 동기들과 계모임을 만들었는데, 하나둘 (하늘로)가서 사람 채우느라 부부동반으로 계를 꾸렸다가 이젠 다들 가서 정말 혼자 남았다. 그래서 계모임이 파토 났다는둥 하는. 그 나이에만 칠 수 있는 농담이라잖아.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아있는 선명한 기억 하나는. 아주 깜깜한 방에 아빠가 홀로 허망하게 앉아있는 모습이다. (사실 실재한 기억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땐 진짜 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론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었다. 아빠는 많아봐야 서른 후반에 자신의 어머니를 보내야 했다. 육십이 넘은 지금 아빠는 많을 땐 일주일에 한 번씩 장례식장에 간다. 이젠 죽음 소식에 그때처럼 슬퍼하진 않는다. 서른을 겨우 넘긴 내가 이해하는 죽음과 반복되는 죽음을 바라보고 지나온 그들의 죽음은 그 의미가 같을 수 없을 거 같다. 할아버지가 죽음에 대한 농담을 할 때마다 슬프기보단 웃겼다. 그 모습이 처연하거나 억지로 운명을 피하는 듯 보이지 않고 그저 홀가분해 보였다. 비장한 것도 아니고 포기한 것도 아닌. 살아가는 게 늘 그렇듯이. 살아간다는 말은 죽어간다는 말과 같다고 하지 않나. 마지막 장면 속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할머니는 가족들의 배려에 장단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의 서툰 배려에 고맙다 하듯이. 으레 예의상 왔다 가버리는 무심한 손녀에게. 늘 고맙다. 또 와라. 항상 건강해라. 하는 우리 할머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