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고양이 여행 리포트
평균 3.0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입양한 길고양이를 피치못할 사정으로 더 이상 못 기르게 되자, 맡길 사람을 찾으러 떠나는 집사 사토루와 고양이 나나에 대한 영화다. 고양이라는 귀엽고 도도함의 화신을 주 소재로 사용한 것 자체가 치트키이며,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살살 녹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사토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애교 이상이 필요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나나를 맡아주겠다고 자원한 사토루의 과거 인연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사토루의 과거를 조금씩 알아가는 구조를 띤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사토루와 함께 추억하는 이 영화는, 사토루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묘사하며, 고양이라는 동물이 사토루에게 왜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됐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런 사토루가 현재에서는 나나와 깊은 교감을 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나나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굉장히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신파적인 톤이다. 사토루의 과거사부터 현재까지의 사정까지 비극으로 가득차있는데, 이 때문에 관객은 사토루에 대해서는 사실 동정심 외엔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결국 후반부로 가면서, 눈치 빠른 사람은 1시간 전에 이미 예측한 결말로 치닫게 되는데, 그 과정에 정말 불필요하고 짜증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며 최루 가스를 살포하기 시작한다. 가장 클라이막스적인 비극을 지겨울 정도로 질질 끌며, 영화는 사토루와 나나의 관계를 감정적 고문 포르노를 위한 희생양으로 써버린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애완동물을 통해 활력을 얻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그저그런 연기와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이 처한 불행한 상황에 집중하고, 웬만한 한국 영화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신파적인 전개로 시간을 쓸데없이 질질 끌기만한 이 영화는 공허하고 지루하기만 했으며, 유튜브에서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의 2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보는게 훨씬 유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