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1> 진실은 없다. 있다면 사실을 제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인간만이 존재할 뿐. . <2> 남을 위하는 척, 배려하는 척하면서 스스로의 거짓된 선함에 취한 자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벌인 짓은 질투에 눈이 멀어 사실을 왜곡하고 타인을 깎아내릴 뿐인 마녀사냥에 불과했다. 신경 써주는 척 하면서 마음을 병들게 만드는 이중적인 인간들의 자화상을 신물 나게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누군가의 처절함을 뼛속 깊이 새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도 없는 험담을 늘어놓은 어느 날, 돌아가는 길에 마녀가 되고만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아서다. . <3>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창작도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진실로 둔갑하니까 말이죠.’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었다. 상황에 맞아 떨어지기만 한다면 자신의 기억은 곧 사실이 됐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침묵한 가운데 주변인들은 정보를 멋대로 재가공하였고 필요하다면 극적 연출을 위해 자신의 기억을 상황에 맞게 조작했다. 무책임하게 추측성 발언을 내뱉는 가벼운 존재들 때문에 사건은 진실과 더욱 멀어졌고, 이런 무가치한 증언을 공식적인 언어로 바꿔 세상에 알린 언론인으로 인해 거짓은 진실로 둔갑했다. . <4>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는 가장 효과적인 조미료는 ‘누군가의 비밀’과 ‘실화’가 아닐까?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저런 전제가 깔려 있으면 별 볼일 없는 얘기도 괜히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물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제일 많이 겪고 또 참여하고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바로 ‘뒷담화’리라.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결국 바로 이런 뒷담화를 수단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했다. 주간지 기자가 피의자와 피해자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차근차근 정보를 수집할 뿐인 정적인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묘한 흡입력과 중독성이 있는 건 이들의 뒷담화가 그만큼 자극적으로 다가와서 아닐까. 내가 아는 사람들의 질투와 치정으로 얼룩진 이야기에 우리가 얼마나 쉽게 빠져들고 마는지 일깨워준 계기였다. . <5>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정말로 진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주장할 뿐인 무책임한 인간들로 즐비했다.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충격요법 탓에 남의 험담을 즐겨하는 모든 존재들이 역겹게 느껴질 것 같았다. 필자 스스로도 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충격요법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 책을 선물해줘야겠다. ‘부디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당신이 아직 늦지 않았길 바라봅니다’라고 조용히 되뇌며. . <6> 내가 스스로 평가하는 것과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것 사이엔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궁금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긍정적이라면 어떤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 부정적이라면 어떤 부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만일 필자가 (진짜든 가짜든)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해본다. 충격으로 받아들일지, 저 자식은 원래 싹수가 노랗다고 할지. . <7> 그리고 엄연한 사회 일원인 만큼 스스로 평가하는 것과 타인이 나에 대해 평가 해주는 것 사이에 균형을 찾으려 한다. 타인의 언어에 마냥 휘둘려서는 나 자신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마냥 과신해 잘못된 방향으로 폭주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기 확신은 강해지는 반면 나에게 쓴 소리를 내뱉어주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이따금 등골이 서늘해진다. 깨달았을 땐 이미 괴물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하면서. . <8> 그나저나 인간의 모든 기억이 사실에만 근거했다면, 이 세계는 무척 지루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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