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천수경

천수경

3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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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러브 시즌 1

시리즈 ・ 2019

평균 3.9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따릉이를 타다가 넘어졌다. 힘든 날이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고, 비가 온 후라 미끄러웠고, 늦은 시간이었다. 내리막길도 뭣도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차도에 엎어져 있었다. 지나다니는 차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엎어져 있다가 무언가에 치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일으킬 힘이 없었다. 그러면서 에어팟을 주섬주섬 주워서 귀에 꽂았다. 그닥 살고 싶진 않으면서 에어팟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를 약간 비웃었다. 그러고 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내 따릉이를 일으켜 세우더니 인도로 끌고 들어갔다. 나한테 “괜찮으세요?” 라는 말 한 마디 없이. “네가 거기서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되, 따릉이는 시민들의 자산이니까 절대 지켜,”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벙쪄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유유히 인도로 걸어 들어갔다. 그 행인은 내가 멀쩡한 걸 보더니 제 갈 길을 갔다. 괜찮은지는 끝까지 묻지도 않고. 나는 그가 인도에 세워둔 따릉이를 그대로 타고 집으로 왔다. 당연히 몸은 여기저기 다쳤지만 왜인지 이 도시의 좋은 부분을 겪은 기분이라 상관 없었다. 나는 큰 기대가 없다. 말 없이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주는 행인 한 명이면 다시금 이곳에 마음을 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구실 하나만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 이 도시에 마음을 주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