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일본의 정치 형국을 대충 알고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만한 영화 같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로 내려오고 있는 현재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LDP)이 100년 넘게 일본의 여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토리당이 현재의 보수당으로 계승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될 듯. 때문에 일본 정치에서는 당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파벌과 세습 정치가 상당히 뿌리박혀 있다. 그런데 영화 설명에서와 같이 당시 고이즈미 총리(*펀쿨섹좌 부친 됨)가 가와사키시 보궐 선거 후보로 '느닷없이' 시에 연고도 없고 경력도 없는 정치 신인인 주인공 야마우치 가즈히코를 공천하게 된다. 더 웃긴 것은 이러한 정치 신인을 내보낸 곳이 여당 텃밭도 아니옵고 전통적으로 야당이 우세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후원회에서는 그를 거의 가르치다시피 하고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꾸짖거나 눈치 주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당선을 위해서 지역 유지를 모아 선거를 돕는 이래저래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다. 사실 소다 카즈히로가 채택한 관찰 영화라는 다큐멘터리 기법 형태가 복잡한 일본의 정치 형국을 설명해주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지점이 있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내가 열 줄 정도로 요약하는 걸 그냥 인터뷰 따버려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감독은 그러한 방법은 최대한 배재하고 치밀하게 옆에 붙어서 인물들의 언행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캐치해낸다. 보수적인 일본 정치 문화에 대해서 '아내'라는 표현 대신 '안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영화에 담아온다.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 유세를 도우러 올 때 정작 선거에 나가야 하는 야마우치는 차 안에 쏙 가둬버리는 장면을 기어코 담아낸다. 그러나 이런 영화 형식에는 분명히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래서 고이즈미 총리가 파벌도 없고 연고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정치 신인을 느닷없이 '왜' 기용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리버럴리스트로서 우정국 민영화가 그의 오랜 정치 숙원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의원(하원)을 해산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지역 기반의 세습 정치인들을 대거 솎아내버리고 이러한 정치 신인들을 기용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 데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풍부한 내용의 관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니즈가 충족이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점은 다큐멘터리를 만듦에 있어서 창작자의 시각이 배제된 채 완벽히 중립을 표방하겠다는 앞뒤 안 맞는 짓이나 본인의 편의에 의해서 가져다붙이는 짓은 안 한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좋아요 4댓글 0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