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pang2003
3.0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시리즈 ・ 2020
평균 3.0
미드 본좌 HBO 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러브크래프트 컨트리(Lovecraft Country)" 는 미국의 호러, 판타지 작가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 작품 속 세계관을 가져와서 팬픽 소설로 재구성한 매트 러프(Matt Ruff)의 "Lovecraft Country" 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되거나 알려진 작품이 아니라서 드라마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초호화 제작진이 눈에 들어온다. 떡밥의 제왕 J. J. 에이브럼스(Abrams)와 "겟 아웃(Get Out)", "어스(Us)" 감독 조던 필(Jordan Peele)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만으로도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시즌 1 첫 에피소드는 파일럿에 가깝지만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의 윤곽을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1954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돌아온 흑인 예비역이자 주인공 아티쿠스 터너가 잃어버린 부모의 행방을 찾아 삼촌 조지, 어릴 적 친구 레티시아와 함께 차를 몰고 미국 대륙을 횡단한다는 내용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Green Book)" 과 유사한 이야기다. 일몰이 지나 돌아다니는 흑인이 있으면 보안관 마음대로 처단해도 되는, 악명 높은 짐 크로우 법이 살아 있는 위험한 시기, 흑인들을 위한 안전한 여행 가이드를 작성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북미 대륙을 발로 밟으며 정보를 작성하려는 조지 삼촌과 전쟁터에서 뼈 속까지 단련된 아티쿠스는 호러 SF 문학의 팬이다. 이들이 즐겨 읽고 토론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장르 팬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에피소드 1화에서는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John Carter)" 의 원작인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Edgar Rice Burroughs)의 1912년작 소설 "화성의 공주",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름과 작품이 언급된다. 모든 세계관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건, 제목 그대로 H.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다. 1920년대 미국 북동부 도시 프로비던스(Providence)를 배경으로 축축하고 어두운 미지의 공포를 담아낸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크툴루 신화, 외계의 공포가 어우러진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는 195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 시골 지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흑인에 대한 백인의 악랄한 적개심과 마음대로 린치를 가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공권력이 결합되어, 외계의 괴물보다 더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인종차별주의자들을 그리고 있다. 첫 에피소드만 보고 뭐라 단정할 수 없지만,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는 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서브 컬쳐에 대한 오마주와 1950년대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여기를 파고든 각종 괴물들이 난무하는 크리쳐물이 결합한 독특한 드라마다. 흑인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진득한 블루스 곡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귀를 즐겁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