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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star4.0
(2020.04.18)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한 다큐멘터리 <로그북>과 <당신의 사월>은 이 '세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한 것이냐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로그북>의 민간 잠수자들에게 세월호는 잊어버리기가 가히 불가능한 기억이다. 이들은 2014년 4월 16일 사건이 발생하자, 다이빙 장비를 챙겨 진도 앞바다로 향했다. 낮은 수온, 강한 조류, 확보되지 않는 시야 등의 악조건을 뚫고 희생자들을 수습하기 시작한다. 감독이 확보한 잠수사들의 개인적인 로그북(잠수내용을 기록하는 일지)에는 당시의 참담함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이들은 완전히 뒤집어진 일상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뒤죽박죽인 현장,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져지던 실종자의 하얀 몸, 사망 직전 함께 묶어놓은 구명조끼, 좁은 방에 스무 명이 한 데 모여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발견된 희생자들, 동료 잠수사의 안타까운 사망까지. 이처럼 실종자 수색과 희생자 수습을 책임졌던 민간 잠수사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계속해서 넘나드는 심각한 트라우마적 경험을 했다. 희생자들을 찾기 위해 수백 수천 번도 넘게 검은 바다 속으로 잠수하던 일상, 감압을 할 시간조차 충분치 않아 베테랑 잠수사들마저 잠수병을 호소하던 시간들, 그리고 민간잠수사들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과 왜곡된 보도들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이들의 마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희생자를 구조하는 꿈을 계속해서 꾼다는 증언과 몸이 토해내듯 뱉아내는 물리적인 질병들(골괴사증, 투석 등)이 이를 증명한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에서, 한 잠수사는 울음을 터뜨리며 세월호 생각만 하면 감정 조절이 안 된다, 이래서 이야기하기 싫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가장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살고 싶다고 답한다. 살고 싶다고. 역설적으로 이 감정은 다큐 말미에 이들이 다시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고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희생자 학생 어머니들이 잠수사들을 위해 뜬 스웨터와 편지를 바라보며, 촛불 시위 무대에 올라가 다 터진 입가로 발언을 하며, 자신이 수습해온 희생자들의 납골당에서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이들은 아주 느리고 조금씩이나마 어떤 종류의 전환에 접어든다. 한편, <당신의 사월>의 인터뷰이들에게 세월호는 끊임없는 행동을 통해 되살아나는 기억이다. 대학원생, 어부, 인권 교육단체 활동가, 커피공방 사장, 중학교 교사라는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인터뷰이들은 각자가 목격했고 경험한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에 대해 말한다. 이들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 16일,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똑똑하게 기억한다. 나와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 역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언제나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날, 그 시각, 우리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고, 이 사건을 어떻게 목격했는가' 에서부터. 이러한 유사한 증언들은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몇몇 '당사자'의 트라우마를 넘어 전사회적 상흔을 남겼음을 보여준다. <당신의 사월>의 인터뷰이들은 사회가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취해온 태도를 비판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전개하고 있었다. 예컨대, 인권교육단체 활동가는 피해자다움/유가족다움을 강요하는 프레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직접 유가족들과 만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통인동 커피공방 사장은 세월호는 교통사고라는 망언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밤샘 농성을 하던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물과 라면을 전달하고, 이후 자신들과 함께 해준 국민들에게 밥 한끼 먹이고 싶다는 한 유족의 말에 함께 심야식당 이벤트를 준비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매년 4월 16일마다 세월호와 관련한 수업 및 행사를 기획하고, 촛불시위 무대에서 교사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발언한다. 미역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부는 자신의 양식줄에 걸린 세월호 희생자 故문지성 학생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 이후로 진도 앞바다에서 계속해서 세월호의 모습을 기록하는 지성 학생의 아버지와 친구가 된다. 단원 기억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 대학생은 이 참사를 자꾸 외면하려고만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기록관리를 전공하게 된다. 이들은 사실 '대단한' 정치인도, '특별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우리에게 시민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의 죽음을 깊게 애도하고 행동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시민성을 가진 '인간'이 아닐까 하는 고민. <로그북>과 <당신의 사월>은 인터뷰이들의 증언을 충실히 담고 기록하려는 지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로그북>의 인터뷰어이자 감독은 다이버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민간 잠수사들과 함께 바지선에서 지내며 수중 촬영까지 직접 감행했다. 이는 인터뷰이들과의 탄탄한 라뽀 형성에 도움이 되었고, 이를 토대로 그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에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한편,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촬영되었기에, 그정도의 시간이 '지나야지만' 나타날 수 있는 어떤 변화의 흐름들을 잘 포착해낸 작품이다. 이처럼 두 다큐의 감독들은 참사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사람들을, 공동체를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하려고 했고, 그 기록 자체가 깊은 애도의 과정이자 시민으로서의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기록물들을 보는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낼 것인가. 이제 6주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왜 희생자들이 살아있을 때 구조하지 못했는지, 왜 국가 수반과 여당은 자신의 책무를 방기했는지, 왜 민간 잠수사들은 하루아침에 현장에서 쫓겨나야 했는지, 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차가운 땅바닥에서 잠을 자고 단식을 해야만 했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고 '시체팔아 돈벌었다'고 했는지, 왜 누군가는 '세월호를 추모하고 싶지만 대깨문으로 보일까봐 안 되겠다'고 말하는지. 우리는 압도적인 무력함을 직시하며 이런 질문들을 더 시끄럽게 정치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로그북>에서의 민간 잠수사들도, <당신의 사월>의 인터뷰이들도 모두 어떤 무력함과 허탈함을 경험했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을테지만 동시에 어떤 위안과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도 여전히 끔찍한 기억이고, 그 상자의 뚜껑을 슬쩍 열기만 해도 생각이 마비되는 것 같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었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은 피눈물 나도록 힘든 일이니까. 그러나 어제 본 두 작품은 역설적으로 나에게 인간의 연약함뿐만 아니라 인간의 단단함도 상기시켜주었다. 우리는 참사 당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함을 직시하고, 이제는 어떤 작은 것이나마 시도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조금 더 좋은 시민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공소시효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이 믿음이 더욱 간절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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