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불확실한 것들로 둘러싸인 와중에 매 순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우리가 일생에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이 필연적인 끝인 것은 쓸쓸한 저주와도 같다. 불확실한 인생에서 대답해야 할 오직 하나뿐인 질문은 어떻게 끝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끝내야 하는가. 이제는 나를 붙잡는 모든 것들로부터 떨쳐내야 할 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기묘한 안도감과 도무지 끝내는 방법을 모르는 개인의 불안함은 좋지 못한 생각들을 저에게 심어주곤 합니다. 필연적인 끝이 존재한다는 걸 인지한다는 것은 때때로는 소소한 축복이 되어주지만, 불확실한 것들로 둘러싸인 와중에 매 순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우리가 일생에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이 필연적인 끝인 것은 쓸쓸한 저주와도 같을까요. 끝이 있기에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머무른다고 해서 끝을 마주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불확실로 가득 찬 암흑 속에서, 머무르지도 못하는 이곳에서 좀처럼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갈수록 덧없는 후회만 쌓여갑니다. 이제는 그만 끝내려 결심해도 차마 끝낼 수 없는 나는 시작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건 물론 마찬가지겠죠. 끝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인지,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두려워한다면 지금으로써 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때늦은 후회와 의미 없는 상상들이 힘없이 흩날리는 지금의 제 자신은 어느 때보다 분명하지 못한 미래들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끝을 제외하곤 쉽사리 떠올려지지 않는 미래들을 애써 외면하고 남은 건 뒤엉킨 과거뿐인 것도.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서 강렬히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후회만 가득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어떤 일들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야만 했던 것에 지쳐버린 나머지 이제는 나 자신마저 확신을 잃어갔고 어느덧 나는 나에게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생전에 후회만이 가득했고 남은 나날들을 덧없는 상상으로 지배했던 한 사람의 쓸쓸한 이야기입니다.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후회들과 이를 메꾸기 위해 선택한 의미 없는 가정들은 벌거벗은 현실의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죠. 불확실한 인생의 질문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이제는 그만 끝내야 할 때에 대답해야 했던 하나의 질문을 어떻게 끝을 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은 자에게 어느 날 눈이 내려왔습니다. (영화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할 때라는 대사와 함께 눈이 내리며 시작되었다.) 추위에 벌벌 떨며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무엇 하나 확신을 잡지 못했던 그에겐 이보다 뚜렷한 확신은 없었나 봅니다. 후회와 상상들로 현실을 바로잡지 못한 채 살아간 사람은 누더기에게 산 채로 갉아먹힌 돼지와 별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결국 이제는 끝내야 할 때에 어떻게 끝을 내야 하는지라는 물음은 잘못된 듯 합니다. 불확실한 인생에서 대답해야 할 오직 하나뿐인 질문은 과연 무엇을 끝내야 하는 것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끝을 두려워하는 버릇을 지닌 나에게 후회를 저버리진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이 부질없는 상상들을 이제는 그만 끝내야 할 때가 왔을까. 오늘의 선택이 어떤 내일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쓸쓸하게 회환만이 가득 차 늙어가고 싶지 않다면 저는 필연적인 끝을 의식할 때마다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절대로 옛일에 여전히 붙잡혀 있는 나에게 지배당하지도,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도 말아야겠죠. 이제는 지나간 어제로부터, 나를 붙잡는 모든 것들로부터 과감하게 떨쳐낼 때가 저에게 온 듯합니다. “그 가정은 옳다. 두려움은 커져간다. 이제 대답할 시간이다. 질문은 단 하나.”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확실함이 주는 불안함과 필연적인 끝이라는 두려움,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들로 의미 없이 시간을 채우는 본인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랄까. 지나치게 친절하지 못해 영화는 조금 아쉬웠어도 서늘한 공감만큼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쓸쓸했던 이 제목을 강렬한 어조로도 바뀌어 스스로에게 되새겨야만 했을까. 후회를 메꾸는 가정은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만큼 아쉽기에 계속해서 제자리를 맴돌 뿐이죠.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니라 아쉽다는 것은 곧 다시 도전해 볼 이유도 쟁취할 확률도 높은 거겠죠. 권태와 반복에 지쳐 그만둔다는 의미보다는 이제는 지난 날들의 후회는 그만 끝내고 다시 일어나야지를 떠올리는 것이 다음날을 임하는 더 바람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좋아요 258댓글 7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