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바나
8 years ago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평균 3.2
내가 어릴 때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프면 엄마는 포카리 스웨트를 사다 내게 먹이셨다. 어수룩한 나는 그 음료가 약국에서 파는 텐텐같은, 영양 간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아픈 건 싫었지만 아플 때 마시는 포카리 스웨트는 좋았다. 마시고 나서도 한참동안 은근한 단맛이 남아서 입술을 짭짭거리다 잠들곤 했다. 영원히 녹지 않는 사탕 같았다.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잘 마시지 않았다. 아프지 않을 때 마시는 포카리 스웨트는 과일 맛 감기약처럼 가짜 음료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나는 이제 아플 때는 병원을 가며, 특유의 미적지근한 단맛과 텁텁한 뒷맛 때문에 포카리 스웨트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그 음료에 대해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 음료와 함께던 불안정한 밤들을 기억한다. 열에 들뜬 어느날 밤 눈 앞을 마구 떠다니던 사물들, 침대가 꿀렁거리며 나를 어둔 바다 위로 데려다 놓으면 뱃멀미를 하듯 토기가 올라오던 기억, 눈을 감으면 어지럽게 변주하던 색색의 빛. 그런 것들을 만날 때 목을 축이면 좋을 영화를 알게 되었다. 조악하지만 괴이하지 않은, 똑똑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영화. 유치한 단맛이 입술에 오래 남는 그런 영화를. 언제고 다시 이 영화를 꺼내 볼 때에도 지금처럼 짭짤하고 달큰한 맛이었으면 좋겠다. 내일이 '오늘의 반복' 쯤으로 여겨지는 아픈 어느 밤에, 내일 따위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이 영화를 오래오래 빨아먹으며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