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규
1 month ago

콰이어트 시티
평균 3.7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길을 잃은 제이미의 상황을 통해 영화는 소박한 판타지 같은 시간을 만들어낸다. 계획 없이 거리를 걷고, 밥을 먹고, 낯선 남자의 집에 들어가며 특별한 이유 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제이미는 일상에서 벗어난 잠깐의 자유와 행복을 경험하는 듯하다. 영화는 이런 순간들 속에서 작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제이미와 찰리의 관계 역시 실시간에 가깝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감독은 이들이 어디에 도착하거나 어떤 결론에 이르는 모습을 굳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텅 빈 거리의 신호등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같은 풍경을 사이사이에 배치해, 시선을 이야기의 목적지보다 그 순간의 분위기에 머물게 한다. 장면들은 또렷한 끝맺음 없이 이어지고, 그 덕분에 영화는 로맨스 서사의 익숙한 흐름으로 굳어지지 않는다. 긴 공항 오프닝 역시 도착을 강조하기보다 비행기보다 하늘에 남은 비행운과 석양의 색을 바라보게 하며 영화의 정서를 미리 전한다. 이런 연출이 영화 전반에 유지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감정과 공기를 느끼게 만들며 여배우 Erin Fisher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이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다. 이 작품이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는게 굉장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