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lettante

러빙 빈센트
평균 3.8
62,450점의 유화 프레임. 영화는 시작부터 이질감을 빠르게 사그라뜨리며 동화되고, 몰입을 부른다. 캐릭터의 대사 시 특히 입의 움직임(혀의 움직임까지도)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놀라운 수준이며, 또한 플래시백에 사용된 몇 흑백 유화들은 매우 훌륭한 실재감을 구현한다. 이는 실제 배우의 연기를 촬영한 후 그림으로 옮긴다는 방식이 크게 한몫한 듯하다. 짧은 러닝, 그리고 스토리텔링은 간결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서사가 꽤나 직선적이고(여러 번의 플래시백에도 불구), 특히 이전의 사건이나 대사가 계속해서 다음 장면으로 맞물리며 이어지는 전개 구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이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익숙한 이름의 한 예술가의 삶과 내면을 그의 작품들로 미장센을 이룬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들여다본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일 테니 말이다. 온전히 고흐의 편인 사람과 온전히 고흐의 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있는 룰랭이 고흐의 발자취를 역행하는 와중 그와 가까워지는 듯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태도와 심리는 흥미로운 내러티브였다. 그렇듯 고흐가 생전에 느꼈을 법한 이방인의 고립감 혹은 타인과의 거리감 때문인지 영화의 마지막, 사람들이 자신을 깊고 상냥한 사람으로 여겼으면 한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저려 온다. 그가 사망하기 몇 주 전 자신의 상태를 ‘완벽하게 차분하다’라고 표현했음은 어쩌면 앞으로의 행복이 아닌,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사실 영화를 통해서는 고흐의 삶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알 수 없기에 그와 동생 테오의 편지들로 엮은 「영혼의 편지」 를 한번 찾아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