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냐

폭설
평균 2.3
너는 갑자기 나타나 한낮의 별이 되었고 이제는 영원히 닿지 못할 눈이 되려 하네. 빛조차 내지 못하는 유성이 될 이곳에서 나는 너를 품고 일어서려 하네. … 설은 수안의 인생에 갑작스레 침투한다. 그녀는 수안에게 닿지 못할 존재, 별과 같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밤하늘의 별처럼 모두의 눈에 띄게 밝지 못하다. 환한 대낮의 별. 이 상황이, 그녀는 괴롭다. 누구보다 밝게 빛나야 할 그녀지만 그렇지 못한다.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힘껏 빛을 내볼 것인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녀의 감정은 수시로 바뀐다. 설은 하고 싶지 않은 배역을 통해 상대방 남 배우와 키스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미지의 존재인 설은 어느샌가 추락한다. 설은 포기하지도 못했고 힘껏 빛을 내려하지도 않았다. 그냥 현실에 순응해버렸다. 그녀는 더이상 우주적 존재가 아닌 현실적 존재처럼 보인다. 그녀의 이름처럼, 내리는 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땅에 닿지 못한다. 다른 이들은 가졌을 땅에 내려 쉴 운명을 그녀는 지니고 있지 못하다. 그녀는 땅을 향해 가지만 평생토록 떠돌아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설과 수안은 ‘저세상’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설과 대면한다. 수안은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 아니면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설을 찾는다. 그녀는 우주와 지구 사이에서 설처럼 추락하는 존재, 별도 아니고 눈도 아닌 유성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밝은 주변에 눈에 띄지 않았을 설보다 더한, 밤하늘에서조차 빛을 내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유성이 되었다. 그럼에도 수안은 설을 앞에 두고 서핑보드 위에서 일어나려 한다. 여담으로 나는 이 영화에서 설이란 존재는 수안의 분신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설이 수안에게 하는 ‘남에게 하는 말은 본인에게 하는 말이야.’라는 대사, 설의 가슴에 난 상처를 보고 수안이 ‘나도 마음이 아파’라는 대사. 이 둘은 분명 이어져 있다. 설은 수안이 걸어갈 길을 미리 개척한 존재다. 하고 싶지 않은 배역을 맡으며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며 고민한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것이 내가 원했던 삶인가. 배우를 그만두고 싶다. 중간에 설이 수안에게 하는 ‘이 영화는 멜로야’라는 대사는 ‘나는 너야.’라고 읽힌다. 수안은 설에게 ‘이 영화는 우정이야.’라는 대사로 ‘너는 내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 간극에 설은 떠난다. 수안이 ‘설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달았을 때에야 설과 다시금 마주한다. 그 끝에서 수안은 드디어 설을 이해한다. 본인을 이해한다. 그렇게 존재 가치를 다한 설은 사라져버린다. 왔을 때처럼 갑작스레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