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이영경

이영경

1 year ago

5.0


content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책 ・ 2021

평균 4.2

2025년 01월 03일에 봄

내 입으로 말하려니 미친 사람같지만 박완서 작가님 나랑 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구림을 조금도 못 견딘다는 점에서 구린 성격.. 근데 그걸 감추는 게 제일 구려서 차라리 만천하에 고백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솔직함에 대한 강박이 느껴진다고 하면 너무 주제넘지만 하여튼 나는 이런 동질감을 강하게 느꼈고 그 상대가 압도적인 통찰력과 문장력을 지닌 원로 여성작가인게 너무 반갑고 기뻤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나지 않던 눈물이 한없이 팔자 좋은 순간에 쏟아진다던가, 힘든 걸 인정하기 싫어 센 척하던 게 진짜로 성격이 되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거나 하는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된 상황 몇몇에도 놀랐다. 그나마 문학소녀였던 초딩때까지나 그 이후 가뭄에 콩 나듯 한 독서에서나 내 평생 책 읽으며 이만한 동질감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나와 조금도 비슷한 점이 없는 삶 - 특히 극한의 비극의 유무 - 을 살아온 두 세대나 위엣사람의 이야기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특유의 풍부한 감수성이 만들어내는 깊은 어둠(자기연민 멘헤라충)이나 넓은 아량(최근에 읽은 것중엔 한강이 대표적으로 그랬다)같은 것이 있어서 내 메마름에 대한 콤플렉스를 자극하거나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하거나 하여튼 소외감 느끼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작가님의 성격을 제대로 아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의 글쓰기의 내용과 태도에서 드러나는 어떤 일면이 한 어린 독자를 혼자 감격시켰다 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