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정빈 기자
9 years ago

자객 섭은낭
평균 3.4
"무협영화가 아닌 무협시(詩)" '자객 섭은낭'에는 결기를 뿜어내는 무협 고수들의 결투 장면도, 화려함을 뽐내는 듯 합을 맞춘 액션도 없다. 거장의 담담하기만 한 액션은 자체로 하나의 '언어'다. 허우 샤오셴 감독의 '액션 언어'는 섭은낭의 단도(短刀)로 휘둘러지고, 이 기구한 여인의 무표정에 담겨 시(詩)가 된다. '자객 섭은낭'은 무협영화가 아니라 '무협 시'다. 죽여야 하는 남자를 죽이지 못하고 망설이며 그의 곁을 마치 귀신처럼 떠돌아다니는 섭은낭의 알 수 없는 속내를 이 거장은 관객을 압도하는 풍경과 그 풍경이 비어있는 곳을 채우는 적막, 고뇌하는 인간의 얼굴로 슬며시 드러낸다. '자객 섭은낭'은 철저히 영화적이다. "너는 무술을 연마하는 데 성공했지만, 마음을 굳건히 하는 데 실패했구나"라는 스승의 말은 말이 아닌 이미지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이번 작품에서도 허우 샤오셴 감독 특유의 촬영 방식인 '컷을 나누지 않고 찍는'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자객 섭은낭' 속 인간들 각자의 감정은 이 롱테이크를 통해 온전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