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일
2 years ago

조용한 결투
평균 3.5
기껏 타인들에게 선의를 베풀었건만 그에 대한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고통뿐이라면, 과연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구로사와 아키라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까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보며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삶을 연명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훔치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렇게라도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면 개인의 생존만을 고집하지 말고 좀 더 넓고 선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영화의 말에 동감한다. <주정뱅이 천사>에서 등장하는 미후네 토시로가 연기한 의사가 진중해진다면, 바로 <조용한 결투>의 쿄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정공법과 편의적인 전개 위주로 이루어진 플롯이기에 그다지 할 말이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눈에 띄었다. 미후네 토시로와 시무라 다케시는 물론 대배우로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지만, 나는 특히나 센고쿠 노리코란 배우의 이름을 언급하고 싶다. 순한 눈망울을 지닌 처량한 정서. 세상의 염세에 너무나도 쉽게 휘둘리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끝내 희망을 기대할 줄 아는 사람.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참 특출난 마스크를 지닌 배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