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연

쇼잉 업
평균 3.5
리지는 비둘기가 날개를 다친 것이 자신의 고양이 탓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후부터 리지는 계속해서 주변에 "비둘기가 날개를 다친 것 같은데 조가 발견했다"고만 말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가공된 서사로 대체한다. 어둠 속에서 고양이 리키가 비둘기의 날개를 물어뜯은 운동, 리지가 비둘기를 쓰레받이에 받아 창밖 화단에 내다버리는 운동, 비둘기의 다친 날개 아래 새겨진 그 '운동'들은 비둘기의 날개가 붕대로 '고정'되는 순간 감추어진다. . 켈리 라이카트는 영화 내내 단순히 메인 캐릭터 격인 리지와 조가 각자의 작업을 하는 숏들뿐 아니라, 서사상 큰 의미가 없는 인서트 숏조차도 '고정'된 형태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예술가들의 '운동'의 흔적(주로 손의 운동)을 끊임없이 기록한다. 그 각 예술 작품이 완성되면 그 '고정'된 형태 아래로 그 예술가들의 고생 어린 '운동'들은, 그리고 그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우여곡절로 가득했던 그 밖의 모든 운동들도 다같이 감추어질 것이다. . (스포일러) . 켈리 라이카트는 이 영화에서 예술 작품을 완성하려는 예술가들의 운동과 예술 작품의 고정된 형태를, 비둘기와 관련된 고양이와 리지의 운동과 비둘기의 날개가 붕대로 고정된 형태를, 멈춰 있는 숏과 움직이는 숏을 끊임없이 대비시킨다. '고정'된 '완성'의 순간에 이르기 위해 수없이 겹쳐지는 '운동'의 과정 속에서 어떤 것들을 내 통제 밖에 있어 나를 끝도 없이 괴롭히더라도 결국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마땅히 인정받고 싶은 노력의 운동이 감춰질까 아등바등하면서도 또 적당한 치부의 운동들은 감춰지길 바라는 이중적 욕망이 넘실거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과 예술은 어느 정도 겹쳐 있는지도 모른다. . 아무리 밉상이어도 기어이 가족은 다같이 모여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은근히 보듬고, 불만으로 가득했던 인간 관계는 다시 보니 또 애틋함으로 가득하고, 실패작으로 보였던 작품도 품음직해 보일 때, 고정되었던 비둘기의 날개는 다시 운동하기 시작하고, 카메라도 그 비둘기의 운동을 따라 유영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