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주의: 이 애니메이션은 극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입니다. 시청에 주의하세요. 1. 원작에 대해 마크 그레이슨, 히어로명 '인빈시블'(무적)은 어린 슈퍼맨이다. 그는 이미 지구상의 대부분의 히어로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마음씨가 올곧고 사명감이 투철해 스파이더맨 같은 소명에 대한 거부 같은걸로 시간낭비하지 않고 바로 영웅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의 세계는 이렇게 이미 준비된 영웅조차 감당하기 힘든 혹독한 세계로 설정되어있다. 거의 매주 찾아오는 지구멸망급의 위기에 맞서 인빈시블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갈려나간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어떻게든 버티고 고비를 넘기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피로를 생각하면 내일도 이렇게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2. 관전포인트 작가는 노골적이고 뻔한 보통 슈퍼히어로물의 세계(특히 DC 저스티스 리그의 세계와 닮았다)를 제시함으로써 세계 설명을 위한 지면 할애를 덜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익숙한 겉면과 달리 진행양상, '물리법칙' 면에서 독자들에게 낯설다.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들 간의 대결은 프로레슬링 같은 흥미진진한 쇼가 아니라 수많은 인명, 재산 손실을 동반한다. 슈퍼히어로들은 그런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데 신경을 써야하면서도 일차적으로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계속 사망자가 발생한다. 마치 휴일 없이 이어지는 전쟁과도 같은 세계이기에 해이해진 슈퍼히어로가 '딴맘'을 품고 사고를 칠 여유는 없건만(아이언맨이 울트론을 만들듯), 그럼에도 그런 변절자는 종종 발생하고 그로 인한 위기는 기성 슈퍼히어로물보다 훨씬 치명적으로 지구를 위협한다. 이런 설정을 통해 작가는 평소 슈퍼히어로물의 '전체이용가'를 위한 논리적 모순을 꼬집는 한편, 극도로 만화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야하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의 사투를 그려냈다. 기성 작품의 '짝퉁'이라고만 생각했던 인물들이 출연을 거듭하며 첫인상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가장 큰 볼거리. 3. 애니메이션판에 대해 애니메이션판은 그야말로 원작초월이다. 일단 줄거리를 잘라내지 않으면서도 순서를 정리하고 부족한 장면을 보충해 한 에피소드 내에서 기승전결이 충분히 이뤄지게 하여 몰입도와 이해도를 크게 늘렸다. 대표적인 것이 '저스티스 리그'의 패러디인 '가디언즈 오브 더 글로브'의 평상시 활약상을 첫 에피소드의 첫머리에 담은 것으로, 이 장면 하나를 통해 관객들은 그들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품성에 대해서도, 그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연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이 작품의 완급조절은 놀랍다. 단기적, 장기적 완급 양쪽 모두 훌륭한데, 단기적 완급조절이란 어떤 인상을 주기 위해 특정 장면을 빨리 자르거나 특히 길게 늘이는 것을 말하고, 장기적 완급 조절은 한 에피소드 내에서 긴장과 이완을 조절해 관객을 지치지 않게 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부드럽게 이야기하다말고 갑자기 뺨을 후려치고, 이내 다시 사과하며 다독여주다가 명치에 주먹을 날리는듯한 연출이다. 정신 차릴 틈 없는 (연출적) 폭력에 관객들 역시 주인공 인빈시블처럼 만신창이가 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인빈시블은 내일이 오길 바라지 않을테지만, 우리는 다음 에피소드에선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며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탑클래스의 액션연출을 칭찬하며 마무리 짓고 싶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은 음향의 귀재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에피소드마다 한 번씩은 나오는 뮤직비디오 연출(1편에서 인빈시블의 첫 데뷔씬 같은)은 감각적으로 뇌리에 깊게 남고, 액션에서는 배경음과 효과음을 절제해 최대한의 연출효과를 노린다. 특히 1편의 가장 인상적인 액션씬(보면 안다)은 분위기가 반전되는 중반부터 배경음을 뚝 잘라내고 그 자리를 무감정한 타격음, 망치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 피 튀는 소리만 넣어 공포스러울 정도의 잔혹성을 전달하는데, 그것은 초반부의 희망찬 슈퍼히어로 워너비의 하이틴 드라마와 같은 에피소드의 내용이라기엔 엄청나게 큰 분위기의 낙차고, 그렇기에 관객들 더 충격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런 연출의 일등공신이 적절한 음향인 것이다. 앞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시리즈는 시작부터 엄청난 호화 성우진을 가진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 공개된 에피소드만큼의 퀄리티만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아마존판 애니메이션 '인빈시블'은 90년대의 브루스 팀 배트맨 TAS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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