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AV 배우의 삶은 정말 지독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돈을 벌고자 나타났다가 지쳐 사라지곤 한다. 정말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되었다. 영화의 '혼다 리코'란 배우 역시 큰 족적을 못 남기고 사라진 그저 그런 배우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 배우를 못 잊는다. 단순히 꼴려서가 아니다. 이 배우는 독보적이었다. 학교에선 컴퓨터 수업이란 게 따로 있었다. 회원가입 하는 걸 배우는 버러지같은 시간낭비였다. 따로 방과후 수업 신청을 해야 문서 작업을 배울 수 있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나는 미래설계를 전혀 안하는 사람이라 당연히 개무시했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컴퓨터 시간은 그냥 웹서핑 타임이었다. 공교육이란 건 정말 비융신같다. 5, 6학년 때 나는 디지털교과서를 테스트하는 반에 배정됐다. 디지털교과서 한답시고 1인당 1랩탑을 나눠줬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거다. 공무원 냄새 물씬 풍기는 허접 교육 프로그램 듣는 시간을 처음엔 잡념타임으로 활용했다. 그러다가 선생님들이 슬슬 매너리즘에 빠져 감시를 소홀히 할 때쯤 플래쉬 게임과 온갖 영상의 은하수가 쏟아졌다. 이게 꼰대들 1차원적 생각의 결과물이다. 뭔가 최신스러운 그런걸 해서 어떻게든 똥구멍을 잘 빨고 싶으니 걍 애들한테 컴퓨터를 쥐어주는 것이다. 나는 그걸로 국영수를 배운 게 아니라 개같은 인터넷 쓰레기문화를 배웠다. 컴퓨터 수업을 받던 4학년 시절에 나는 생애 최초의 포르노를 봤다. 컴퓨터 수업시간은 정말 의미가 없었기에 수업을 귓등으로 흘리고 하고 싶은 걸 했다. 컴퓨터를 들여다보면 오랜 역사가 다 들어있다. 폴더를 뒤지다 보면 전의 학생들이 남겨 놓은 발자취를 발견하게 된다. 걔들은 포르노를 남겨놨다. '짱구'라는 이름의 폴더 안에 서양인 두 명의 영상이 들어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이한 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가 여자의 나체를 본 적 없는 건 아니었다. 영화를 좋아했고, 알게 모르게 각종 나체와 섹스신에 노출된 바 있었다. 근데 '그 부위'는 도대체 본 적이 없었으며 지금 내가 보는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게 뭔지 벌써 알았던 친구는 세상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그 영상이 야동이라 그랬다. 그때 야동을 처음 알았다. 5학년 때 비로소 많은 것에 눈뜨고 참 여러가지 추억과 최초의 '내 의지로 본 야동'을 경험했다. 서양인 둘이 마사지를 하다가 갑자기 하드한 성관계를 맺는 영상이었다. 마사지를 해주는 남자가 꽁지머리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 또 히치하이킹을 하는 야동도 잊을 수 없다. 한 남자가 뚜껑 열린 스포츠카를 타고 히치하이커들을 조져버리는 서양 야동인데, 지금도 주연 여자배우를 기억한다. 줄리아 본드. 나중에 찾아보니 결국 전설이 되진 못했다. 그 히치하이커 포르노에선 줄리아 본드가 1빠따로 나오는데 쇼미더머니6 사이퍼의 지코만큼이나 압도적인 도입부를 보여준다. 내 관심사가 서양 포르노에서 일본 AV로 넘어간 것은 중학교에 가서야 벌어진 일이었다. 둘은 차이점이 꽤 존재한다. 포르노는 영웅서사다. 포르노에서 남자와 여자가 나와서 섹스를 할 때 얘들은 마치 이유따윈 존재하지 않고 초월적인 운명이 둘을 결합시킨듯 행동한다. 일단 마주치면 벗기고 본다. 남자와 여자는 완벽한 외모와 성기를 가진 영웅들이다. 그리고 마치 축제처럼 섹스를 즐긴다. 실패라곤 없고 얼마나 그들이 완벽한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것저것 다 빼고 퍼포먼스만 남겼기에 러닝타임도 30분을 잘 안 넘긴다. 길어야 1시간. 물론 고전 포르노무비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렇지만 그 경우는 말하지 않는다. AV는 좀 더 이유를 찾는다. AV는 빌드업만 30분을 하는 영상도 있다. 대부분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을 넘긴다. 그리고 여자의 외모는 몰라도 남자의 외모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냥 아재들을 데리고 와서 쓴다. AV는 솔직히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완벽하게 여성중심적이다. 여자 캐릭터가 어떤 일을 겪는 지 아주 상세하게 다뤄진다. AV 초반부엔 대부분 여자 배우가 안 벗고 서서 온갖 교태를 부리는 씬이 들어간다. 그걸 음악중심식 카메라워킹으로 한 10분 보여주고 시작한다. 어쩔 땐 인터뷰까지 쳐한다. 그런 걸로 캐릭터를 잡는다. 캐릭터를 통해서 여자배우의 행동 하나하나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이야기라고 할만 한 게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다. 대신 개같은 신음소리가 다 똑같다. 90%의 여자배우가 똑같은 음의 똑같은 소리를 낸다. 포르노는 쓰는 단어는 다 비슷하지만 반응이 배우마다 다른 편이다. 나를 AV에 끌어들이고 10대를 함께 한 배우는 우에하라 아이였다. AV에서 중요시 되는 건 얼굴=몸매>>연기다. 키시 아이노같은 얼굴 원툴이나 미우라 사쿠라같은 몸매 원툴도 최고가 될 수 있다. 연기만 좋아서는 돈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우에하라 아이는 어느 하나 최고인 게 없다. 그보다 예쁜 배우, 몸매가 좋은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는 트럭 세 대로도 모자라다. 그러나 우에하라 아이의 결정적 장점은 육각형 능력치에서 나오는 범용성이다. 어느 하나 최고인 게 없지만, 모자란 것도 없다. 피파 온라인의 굴리트를 생각하면 된다. 그냥 어딜 둬도 1인분을 한다. 우에하라 아이는 미친 범용성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세상 모두의 성적 취향을 다 맞춰줄 수 있다. 코스프레도 찍었다. 밀프도 찍었다. 술래잡기도 찍었다. 인터레이셜도 찍었다. 못 하는 게 없는 미친 배우가 탄생한 것이다. 우에하라 아이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을 정상에서 군림하다 노모찍고 갔다. AV배우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3D중의 개 3D업종이니 5년 쯤 하면 다들 사라진다. 요시자와 아키호처럼 마다빠킹 16년을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서 보낸 레전드도 있지만 아주 특출난 케이스다. 우에하라 아이는 자기 최고 걸작인 술래잡기 이후 더 이상 그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5년은 그녀의 황혼기였고 모모노기 칸나, 사사키 아키, 아이돌 때려치고 온 미카미 유아같은 괴물 신인들을 당해낼 여력이 없었다. 모모노기 칸나나 미카미 유아는 도대체가 왜 개같은 AV를 찍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전 배우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아웃라이어들이었다. 그런 진짜 배우급 애들이 AV로 들어온다는 것은 곧 AV 배우의 금전적 대우가 홀리 쉿이 되었다는 것의 증거였다. 우에하라 아이가 은퇴할 때 타카하시 쇼코와 하시모토 아리나가 데뷔했다. 페도파일 섀끼들의 지지를 받는 이혁재 히메카와 유우나도 데뷔했다. 우에하라 아이는 신인들의 화려한 데뷔를 뒤로한 채 그렇게 냄새나는 영광의 길을 떠났다. 요새는 야동 보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죽음이 코앞인가 보다. 중고딩 때는 시간이 없었고 항상 도파민을 필요로 했다. 나는 삶의 작은 도파민 충족을 가장 완벽하게 하길 원했다. 보통 일과 끝나면 시간이 세 시간 쯤 남는다. 그러면 온갖 정보를 뒤지며 가장 완벽한 AV 신작을 찾는 것이다. 그게 일정 시간 지나면 분류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좋은 배우와 나쁜 배우, 장르, 제작사 등 온갖 기준을 세웠다. 심지어는 감독을 찾아본 적도 있다. AV에도 감독빨은 적용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혼다 리코가 나오는 한 작품이 그렇다. 혼다 리코는 남편을 사별한 유부녀로 나오고 또 뭐 개같은 판타지로 가득 채워진 그런 작품이다. 그걸 보면 AV에 영상미란 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진짜 쪽본 드라마보다 나은 영상미다. 샤워씬에서 물방울이 몸에 흩어지는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찍는데 그냥 오진다. 그 감독은 이후로는 그만한 걸작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튼 사실 그걸 볼 때쯤엔 이미 혼다 리코를 최애 리스트에 끼워둔 이후였다. 혼다 리코가 밀프로 나오는 약간 구린 AV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확실히 개구렸지만 뭔가 배우한테 찰진 그런 맛이 있었다. 호사카 에리한테도 그런 찰짐이 있었다. 이 찰짐의 정체를 그때는 알지 못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그게 뛰어난 연기력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혼다 리코는 연기가 달랐다. 다른 부분에선 평균을 웃도는 정도였지만 연기만큼은 어떤 배우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디테일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단적인 예로, 남자배우가 자기 커다란 성기를 드러낼 때 보통 배우들은 무슨 50cm짜리 바퀴벌레라도 본 마냥 개깜짝 오두방정을 떨며 놀랜다. 근데 혼다 리코는 확실히 놀란 감정을 표정으로 서서히 드러내면서도 호들갑을 안 떨고 나즈막히 감탄사를 내지른다. 그렇다고 오버액팅을 못 하는 게 아니다. 돌아버린 아이돌 역할을 맡았을 때엔 진짜 미친련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위의 사별한 유부녀 역할 때는 그 좋은 영상미와 연기가 어우러져 감히 추태를 부리지 못하고 그저 감상만 하게끔 만들기도 했다. 그 독보적인 배우는 안타깝게도 최고가 되진 못했다. 인기가 적은 건 절대 아니었지만, 3년의 짧은 기간동안 회사를 옮겨다니며 구르다가 갔다. 하지만 그 연기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AV 퀄리티가 아니다. 요새는 다 잘하는 배우들이 엄청 많다. 혼다 리코 때는 연기가 후달려도 외모로 최고가 된 배우들이 차고 넘쳤다. 우츠노미야 시온, 모모타니 에리카가 대표적이다. 차라리 그런 AV에 환멸을 느끼고 아예 배우를 했다면 지금에선 일드에 괜찮은 조연으로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보통 AV 업계에는 돈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젊은 여성들이 한탕 뛰려고 들어온다. 무명이면 한 번 찍는데 돈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직업에 비해 단기간에 돈을 땡기기 쉽다. 그렇지만 AV는 진짜 고난의 끝인데다가 만약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하면 진짜 ㅈ되는 것이다. 수백만을 '품위 유지비'로 쓰고, AV 찍는다고 망가진 몸을 바로잡는데 번 만큼 또 쓴다. 대부분의 은퇴 배우들이 은퇴 후에 성매매를 한다. 최고 인기 배우들이야 나락으로 잘 떨어지지 않지만 어중간했다면 과연 헤어나올 수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은 최악이고, 얼굴을 숨기려고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개같은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그렇다고 AV나 성매매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건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무슨 짓을 해도 없앨 수가 없는 게 성매매랑 음란물이다. 진짜 없앨 수가 없다. 이왕 그런 직업이 존재한다면, 좀 괜찮아져도 되지 않을까. 혼다 리코같은 경우에도 AV를 찍게끔 세상이 반강요를 하지 않았다면 인정받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개같은 세상이다. 결국에 자기 선택이라지만, 어쩔 땐 내가 내린 최선의 선택도 개같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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