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신
3.5

테라스 하우스: 하와이편 파트4
시리즈 ・ 2017
평균 3.3
죽을 만큼 사랑할 사람을 찾는다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도시남녀 편은 시작부터 사건, 갈등, 썸, 연애 등이 터져 나와 지루할 틈이 없었던 반면, 알로하 편은 초반에 이렇다 할 사건도 썸도 없어서 조금 지루했다. 그러다 유야와 에비앙이 사귀게 되면서 초반엔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중반쯤 다이시가 투입되면서 그때부터는 거의 다이시의 원맨쇼였다. 이 쇼는 어찌 보면 다이시의, 다이시를 위한, 다이시에 의한 쇼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야가 남들 고민도 잘 들어 주고 그래서, 나름 사려 깊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더라. 자기가 좋아하고 잘 되고 싶은 여자인 에비앙을 상대로, 여자 출연자 중 외모로는 가장 달리지 않냐는 말을 하는데 정말 깼다. (일부) 남자들은 외모 평가를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나?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고 대시하고 있는 여자인데, 그 여자를 상대로도 굳이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하나? 칭찬만 해도 모자라지 않나? ‘그렇지만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이 로맨틱할 것 같나? 창피하지도 않아? 여성 출연자 중 에비앙이 가장 좋았다. 보조개도 쏙 들어가서 귀엽고 매력적이기만 하던데, 몸매도 탄탄해서 수영복도 잘 어울리고 웃는 얼굴도 예쁘던데. 외모 평가를 할 거면 차라리 이렇게 그 사람의 좋은 부분에 집중해서 그 부분을 언급하는 칭찬의 방식으로 하든가. 정말 극혐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에비앙이 귀걸이 좋아하는 거 알고 선물한 것과 에비앙이 쓰는 향수 딱 알고 그거 선물한 것과 같은 행동은 나도 심쿵했고 굉장히 센스 있다고 느꼈다. 에비앙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기쁘기도 했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에티튜드가 세련되고 센스 있어서 상대방이 부담을 갖지 않게 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과, 묘하게 애티튜드가 촌스럽고 과해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갖게 만들고 부채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 이 생각은 내가 전부터 갖고 있던 건데, 뚜렷하게 확인할 일이 없다가 이 쇼에서 다이시를 보고 확실히 알게 됐다. 쉽게 말하자면 다이시는 후자의 사람이다. 나를 위해 데이트를 기획하고, 사전답사를 하고, 고백 멘트까지 시나리오로 짜는 사람? 어찌 보면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 주나 싶어서 고마울지도 모르겠지만, 다이시의 경우는 패널들의 평가처럼, 묘하게 부담스럽고 과하다.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태도의 문제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별로 특별한 걸 안 해도 존재만으로, 제스처만으로, 멋이 흘러넘치고 센스가 있지만, 어떤 사람은 태도의 차이로 인해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을 풍긴다. 원래 노력하는 사람은 멋이 없다. 별다른 노력을 안 하는 것 같지만 스무스하게,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고 남들을 대하는 사람이 원래 더 매력적이다. 애를 쓴다거나 노력한다는 인상이 들어가 버리면 이미 매력이 없어지고 만다. 다이시가 이 후자의 스타일이라는 게 안타깝긴 했지만 이 때문에 패널들도 농담 많이 하고 덕분에 나도 웃고 그랬다. 특히 패널들 중 켄타로의 반응이 가장 웃겼는데, 다이시 영상 끝나고 바로 켄타로 얼굴 잡을 때마다 특유의 표정과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다이시의 이런 ‘촌스러운 애티튜드’ 중 내가 가장 경악한 것은 바로, 치카코가 조금만 노출이 있는 옷을 입거나 섹시하게 입으면 꼭 “너무 노출이 많은 거 아니에요?”라거나 “너무 섹시하게 입은 거 아니에요?”와 같은 멘트를 한다는 것. 아저씨, 제발 좀요. 장담컨대 여자들은 남자로부터 저런 말 듣기 싫어한다. 그저 “오늘 예쁘네요”라든가 “멋지다” 정도만 말해도 된다. 아니면 그냥 아예 아무 말도 안 해도 되는데. 아직 사귀지도 않는 남자가 내 몸, 내가 입은 옷, 중요부위 등을 훑었다는 인상을 ‘굳이’ 줄 필요는 절대 없다. 그건 칭찬도 뭣도 아니다. 제발 센스 좀 키우자. 치카코에게 양말을 선물한 것, 기회만 생기면 끌어안는 것과 같은 행동도 마찬가지다. 치카코가 친구들을 소개시켜 줬을 때, 친구들이 다이시에게 치카코가 왜 좋냐고 묻는다. 그냥 예쁘고 똑똑하고 상냥해서 좋다고만 말해도 충분한데, 다이시는 섹시해서(hot) 좋다는 말까지 굳이 덧붙인다.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자 한껏 술이 오른 다이시는 치카코를 끌어안고, 얼굴을 맞대고, 머리 등에 입을 맞춘다. 이때 치카코가 팔을 앞으로 모아 가슴을 가린다. 이 자세 여자들은 뭔지 알 거다. 방어하는 거다. 그저 안타까울 뿐. 이처럼 치카코를 대하는 다이시의 태도에는 늘 성적인 메타포가 드글거렸다. 물론 10대들도 아니고 20대 후반의 성인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지만,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화룡정점을 찍은 장면은 치카코가 수영을 하고 나와 수영복 차림으로 다이시 앞에서 바나나를 먹었던 장면이다. 이때 다이시가 노트북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숨을 내쉬고 눈을 자꾸 비비길래 처음에는 우나? 싶었는데 울긴 개뿔ㅋㅋㅋㅋㅋ대체 테이블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니? 대체 혼자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이 장면 가지고 신나게 놀리는 패널들의 멘트도 무척 웃겼다. 다행히 치카코가 그의 고백을 받아 주고 둘은 아름다운 언덕에서 키스를 한다. 이때도 키스가 너무 진해서 과하다 싶긴 했는데 키스 후에 다이시가 한 멘트가 더 과했다. “줄곧 이렇게 하고 싶었어요”라니. 아 제발ㅋㅋㅋㅋㅋㅋ 저 말은 전혀 로맨틱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성적인 뉘앙스 좀 버릴 수 없니? 유야를 앉혀 놓고 (유야도 성인인데)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둥 설교할 때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각자의 방법과 가치관과 스타일이 있는 건데 자기 방식을 강요하면 안 되지 않을까. (게다가 누가 누굴 가르쳐.) 물론 다이시가 자기 목표를 세우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존경할 만한 지점이 있다는 건 잘 알지만, 유야에게 조언이랍시고 하는 얘기들은 내가 유야라도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 여기서 감정 복받쳐서 다이시가 혼자 눈물 흘린 것도 압권이었다. 다이시는 열정도 넘치고 배우답게 감수성도 풍부해서 짧게 지낸 출연자라도 졸업만 하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쉬워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운다. 오죽하면 누구 졸업해서 출연자들끼리 작별 인사하는 장면 나오면, 내가 “다이시 울어야지. 다이시 우는 거 안 보여줘?” 그랬을 정도. 정말 여러모로 매력(?) 터지는 출연자였다. 여자 출연자들과 모두 데이트 하고 그거에 죄책감 느껴서 혼자 고뇌하고, 울고, 검도하는 모습도 웃겼다. 이 덕분에 ‘길티 사무라이’라는 별명도 얻고 패널들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다이시 놀리는 멘션이나 댓글이 많았다고 하니 그저 코미디다. (여자들이랑 데이트할 때마다 모두 다이시가 계산했는데 아마 돈 좀 깨나 나갔을 거다.) 셰리와 다른 출연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가족 청문회를 할 때도, 다이시가 ‘이때싶’ 총대를 메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며 그동안 자기가 셰리에게 맘에 안 들었던 걸 모조리 토해내는데, 이것도 좀 과하게 느껴졌다. 중재 역할을 하거나 보조적으로 몇 마디만 하면 되지, 마리코도 성인인데 꼭 그렇게 보호자처럼 나서야 했나? (셰리가 여럿이 앉아서 자기 하나만 비난하는 것 같아 공격받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기서 마리코가 너무 상황을 크게 만들고 생각보다 더 억울하게 울어서 그게 당황스럽기도 했다. 공감능력 뛰어난 편인데, 이건 공감이 안 됐다. 그냥 성인답게 서로 이성적으로 대화로 풀면 안 되나...? 여성 출연자 중 로렌도 좋았다. 예민한 면이 많긴 했지만 예술가 특유의 감성이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고, 교육받은 적도 없다는데 그리는 그림들도 모두 개성적이고 아름다웠다. 중국+유럽 혼혈인데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서 그 정도 하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혼자 일본에서 그림 그리고 모델 활동하며 사는 삶도 멋졌다. 셰리는 여타 여성 출연자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에 몸매도 건강미 넘치고 멋져서 좋았는데, 다른 출연자들과 갈등 일어나고 남자 셋 사이에서 줄타기 하다가 에릭 하고도 잘 안 되고 그러면서 서서히 정이 떨어졌다. 치카코는 패널들 말처럼 정말로 묘하게 섹시한 이미지라 신기했다. 얼굴은 어딘가 앳돼 보이기도 하는데 귀여운 느낌보단 섹시한 느낌을 풍긴단 말이지. 이게 우리나라식 표현으로 색기인가. 몸매도 정말 아름다워서 부러웠다. 랩퍼인 웨즈는 정말...너 대체 왜 나온 거니? 안나 마음 갖고 장난질 쳤을 때는 내가 다 정이 뚝 떨어졌다. 이런 스타일 정말 극혐. 게다가 셰리와 다른 출연자들 갈등 벌어졌을 때, 자기도 연루된 사건이면서 제3자라도 된 것처럼 쏙 빠져서 상관 없다는 듯 당연한 말이나 하고 앉아 있을 때, 정말 달려가서 쥐어박고 싶었다. 너 그렇게 살지 마라, 너. 가장 마지막에 투입된 료와 은행원 언니는...그저 안타까울 따름. 너무 끝에 투입되어서 분량도 없고 뭣도 없었다. 마리도 가장 임팩트 없이 떠난 출연자 중 하나인데, 패널들이 분량 만들어 주겠다고 무슨 ‘미래 로봇’ 스토리 부여해줄 때 그저 눈물 겨웠다. 감정이입 되고 설렜던 장면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니키와 가이의 키스 장면이다. 같이 딱 붙어서 누운 채로 영화를 보고(가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니?) 여자가 움직이는 바람에 남자가 소파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자 여자가 용기 내 아래로 내려가고, 이불을 같이 덮겠냐고 제안한다. 한 이불을 덮고 누운 남녀가 눈을 마주치고, 영화를 보면서 내내 있던 묘하고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남자가 분위기를 타 키스 하자 여자도 받아준다. 이후 몇 번 더 키스를 한 남녀가 그대로 끌어안고 잠을 잔다. 정.말.이.장.면.너.무.몽.글.몽.글.한.거.아닙니까? 가장 설렜고, 가장 감정이입이 됐고,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장면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거나 혹은 꿈꾸는 장면 아닐까. 로맨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는데 여기서는 백프로 실제상황이었으니 더욱 설렜다. 니키랑 가이가 나이도 잘 맞고 둘이 그림도 잘 어울려서 사귀기를 바랐지만 상황이 맞지 않아 이루어지진 못했다. 솔직히 내 눈에는, 니키는 가이가 용기를 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일이 더 중요한 터라 가이는 발을 슥 빼버린다. 그래도 둘이 쭉 연락하며 지내고 종종 만나기도 해, 앞으로 인연이 어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그저 좋은 친구로 잘 지내고 괜찮고. 남자 출연자 중에서는 가이가 가장 맘에 들었다. 평소에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 같은데, 서핑에 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눈빛부터 달라지는 게 멋지다. (반전매력) 역시 누구든 자기 일에 있어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다 멋진 것 같다. 나는 물을 무서워해서, 자유자재로 파도를 타는 가이가 더욱 멋져 보이기도 했다. 가이는 턱이 잘생겨서 옆모습이 좋다. 차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옆모습 나오는데 심쿵. 트라우마가 생길 법한 사건을 겪고 그걸 극복해내는 스토리도 참 좋았다. 출연 중 대회 우승한 건 더 대박. 이런 식으로 대본을 짜도 작위적이라고 욕 먹을 텐데 쇼 출연 중에 정말로 1등을 해버리다니. 이번 편에서 패널들이 다이시의 고백을 응원하기 위해 ‘죽을 만큼 사랑’ 티셔츠 입고 나온 거 진짜 웃겼다.(고백 날 아침 그거 입고 ‘길티 사무라이’ 모습 보여주는 다이시는 더 웃김) 촌철살인 멘트들이 많았지만,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19금 농담들이다. 알로하 편에서 유독 19금 농담이 많았다. 다이시를 향해서 하는 농담들도 웃겼고 특히 다이시와 치카코가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난 후 다음 장면은 차가 흔들리는 장면 아니겠냐고 하는데 정말ㅋㅋㅋ치카코가 앞면 전체가 지퍼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걸 그냥 내려버리면 되겠다고 말하는 것도 읏겼다. 확실히 일본이 더 개방적이라니까. 우쿠렐레 아티스트 유스케를 향한 우쿠렐레 활용 19금 농담들도 정말 웃겼다.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죠? 다들 19금 농담에 웃을 때 혼자 정색하고 웃지 못하는 토린도루도 웃기고, 다이시와 치카코 커플을 향해서도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는 하지 않겠죠, 라고 말하는데 귀엽. 이번에도 단 두 커플만이 이루어졌다. 운명을 찾고 인연을 만든다는 건 역시나 어려운 일이구나. 탄생한 두 커플 모두 장거리 커플이라 얼마나 관계가 지속될지 잘 모르겠지만, 양 쪽 다 남자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여담 1. 아무리 해외 배경이라지만 혼혈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일본 미디어의 혼혈 사랑이란. 2. 방송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긴 한가 보다. 연예계 쪽 출연자들 출연 이후 다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고, 에비앙도 일본에서 패션쇼 열게 됐다고 했다. 3. 나도 안나 같은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저런 삶은 대체 어떤 삶이지. 4. 웨즈 인스타그램 주제로 만든 곡 나도 실소 터져서 혼날 뻔. 그게 노래냐? 5. 하와이의 풍광, 그들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맑은 하늘과 자연 등이 모두 부럽고 멋졌다. 6. 셰리가 하와이 미인대회 우승자인데, 패널들이 지역 대회 우승자와 나라 전체 대회 우승자는 구분해야 한다고 해서 웃겼다. 맞는 말이긴 함. 7. 료 말투와 목소리가 성우 같아서 듣기에 참 좋았다. 8. 영어에 유창한 출연자들이 일본식 영어를 쓰다가 자연스럽게 본토 발음으로 영어를 말하는데 그게 너무 신기했다. (일본어의 특징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영어 말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한국식으로 말하는 영어와 미국식 발음으로 하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더라고. 그러니 전혀 신기한 게 아니었음. 9. 세이나라는 출연자는 대체 이전 편에서 어떤 인물이었기에 이토록 여러 번 언급되는 걸까. 이번 편에서는 출연도 했다. 10. 도시남녀 편의 아만과 마사 커플이 나와 정말 반가웠다. 아직도 잘 만나고 있구나.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