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하이틴 시트콤 내에서 가족, 클러스터에 끼는 것, 인종/문화적 정체성, 연애, 우정 등의 소재들을 풍부하고 섬세하게 다뤘다. 대충 2020년에 넣을만한거 다 넣었고 공감성 수치 유머 진짜 못 견디는데 거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냥 제뉴인하게 웃기는 장면이 많아서 괜찮았다. 뒤에 적겠지만 시트콤적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 타협하거나 포장한 부분은 있어도 뭘 모르고 만들었다거나 나이브하다고 느낀 곳은 없었다. 어쨌든 알콩달콩 썸 타는게 그림도 좋고 잘 팔리니까 당의정도 입혀져 있고 등장인물들이 전부 인간 평균보다 심성이 바른 사람들이라 잘 부각되진 않지만(이성애 로맨스에 있어서는 극의 다른 부분보다 어떻게든 더 낭만적으로/시트콤에 맞게 포장한 티가 남 중매결혼의 무뜬금 왕자님 등판 클리셰도 있고) 역시 그림자처럼 드리우는 시스템의 비윤리는 잘 감춰지지 않아서 미국 캠퍼스의 훅업 문화는 진짜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저렇게 똑똑하고 영특한 여자애가 별 동네 멍청이 한 명(과 그를 통한 학교 내 계급 상승 욕구) 때문에 자존감 갈아가면서 전전긍긍하고 당사자들 포함 학교 사회내 어른들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이 단지 데비가 백스톤보다 성적 매력(과 사회성과 패션 감각과 그 외 여러가지 조건-지적 성취나 고결한 인간성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이 총체적으로 뒤섞인 계급)이 낮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존중과 환대의 몫도 그만큼 적다고 굳게 믿고, 데비는 자신의 가치를 실제 장점들이 아닌 오직 남에게 평가를 맡겨야만 알 수 있는 모호한 등급표에서 찾기 위해 매달리고, 그게 곧 그 사회의 질서라는게 되게 지긋지긋하고 숨 막혔다. 다행히 드라마의 주제가 "언파퓰러한 십대들아 쿨키즈 정상성 편입이나 허상의 인기를 좇지 말고 너와 네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해라" 이기 때문에 삽질하면서도 결국에는 건강한 방향으로 갈 것 같긴 하지만...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페기 오렌스타인 책에서 훅업 문화는 가장 유리한 백인 남성 운동부 jock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섹스를 착취하고 공물처럼 받아먹을 수 있게끔 판이 짜여져 있다고 한게 드라마를 보면 그 판이 정확히 어떤식으로 돌아가는건지가 보임. 물론 한국은 성엄숙주의 국가니까 학교 내 위계나 계급이 딱 이런 모양으로 작동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여러 면에서 흡사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학교 다닐 때가 떠오르는데 역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ㅋㅋ; +벡스톤이랑 이어지고 신데렐라 계급상승하는거 너무 달콤한 판타지인데 어차피 남주는 벤이라 그럴 일은 없을 거고... 벡스톤아 네가 데비랑 이어지려면 데비가 윗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니가 찐따계급으로 내려와야 돼 그래야 쇼가 이율배반적이지 않아...
이 코멘트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좋아요 133댓글 0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