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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그림책 낭독회를 다녀오고서 적은 일기. 이 그림책의 원제는 <곰의 편지>다. 겨울을 맞이한 곰이 겨울잠도 포기한 채 소중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새를 보러 새가 있는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낱장마다 곰이 지나쳐 간 장소와 그곳에서 곰이 새에게 쓴 편지가 적힌 그림책이다. 그림과 함께 가만가만 곰의 편지를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내게도 있는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편지 위로 몽글몽글 떠오른다. 오늘 낭독회 중 나이가 제일 어렸던 분은 이 책을 "(이 곰처럼) 너그러운 사랑을 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말씀하셨다. 말마따나 곰의 사랑은 편지의 마지막줄마다 뚜렷한 발자국처럼 찍혀있다. "나의 새야 내가 간다!","다정한 뽀뽀를 보내","얼른 네가 보고 싶어". 이외에도 곰이 담담하게 적어내리는 여행 속 기쁨과 슬픔의 순간순간들은 이 편지 위의 사랑이 단순히 성애적인 좁은 의미의 사랑이 아닌, 그것을 초월한 어떤 희생과 다짐의 단단한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낭독회가 끝나고 그림책방의 주인장님께서 스티커와 편지지를 나눠주셨다. 여기 모인 모두가 각자의 마음속 새에게 곰처럼 편지를 써 보자는 거였다. 너무 깜찍한 낭독회 피날레 아닌가ㅎㅎ 편지지를 받고 집에 오면서 생각하니 편지지에 적을 이름들이 너무나 많았다. 정작 써 놓고 나면 언제 발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 끝에 있는 네가 언젠가는 무사히 수신할 수 있도록 내 안의 진심들만 꼭꼭 그러모아 적어 볼 것이다. 그러니 나의 수신자들이 내 곁에 오래 함께했으면. 나의 고단하고도 씩씩한 여행기들을 놓치지 않고 전달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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