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엠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의 재회
평균 3.4
섹스는 타고나는 거고 젠더는 습득하는 거라고 한다. 진짜일까? 누구는 섹스가 전부라고 하고 누구는 젠더가 전부라고 하고 누구는 뭐가 더 중요한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호기심을 품은 한 과학자가 있었다. 혼자 하면 흥미롭지만 진짜 알아보려면 위험해지는 호기심이었다. 기어코 답을 알고 싶었던 과학자는 일란성 남자 쌍둥이를 찾았다. 둘 중 하나는 포경수술 실패로 음경이 절단됐다. 과학자는 수술로 아이의 남성기를 완전히 없앴다. 성전환 수술을 시키고 2차성징이 나타날 무렵부터 여성호르몬을 주입시켰다. 여자로 만들려고. 아이가 여자로 잘 자라난다면 섹스는 허상일 뿐 젠더가 핵심이라는 결론을, 남자로 돌아온다면 반대의 결론을 내는 희대의 논문을 쓸 수 있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아이--피해자--는 자신이 실험체였다는 걸 알게 됐고, 머지 않아 자살했다. 과학자는 벌써 유명인사가 된 뒤였다. 과학자의 이름은 존 머니, 피해자의 이름은 데이비드 라이머였다. 데이비드 라이머의 이름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그래서 실험 결과가 어땠는지를, 나아가 젠더가 중요한지 섹스가 중요한지 알 수 있는지를 함부로 물어선 안 된다. --- 호기심은 근본적으로 폭력적이다. 범상찮은 일에 대해서만 유발되고, 범상찮은 일은 대개 지극히 사적이며, 호기심은 사적 영역을 침범해 정복하려는 욕구다. 귀여운 호기심이야 물어보고 답을 들으면 그만이다. 이따금씩은 어느 정도의 폭력이 친밀감을 형성하는 까닭과 같다. 사람마다 다른 이른바의 '선'을 지키는 한. 선을 훌쩍 뛰어넘는 호기심은 위험하다. 인생이 걸려 있는 경우라면 애당초 풀 수도 없다. 변수가 너무 많아 설계가 불가능하니까. 그런데도 호기심에 굴복하면 반드시 누군가는 다친다. 이쯤 되면 저주다.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죽은 이들과 죽인 이들이 알려주는 사실은, 까뮈의 말처럼, 때로 사람은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사람답다는 것이다. 에디와 데이비드를 포함해, 부당하게 죽은 이들이 내세엔 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