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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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2기: 부리부리 왕국의 숨겨진 보물

영화 ・ 1994

평균 3.8

2023년 12월 12일에 봄

짱구는 '겁이 없는 아이'가 아니다. 단지, 겁을 내는 걸 싫어했을 뿐이다. 아나콘다 백작은 '어른이 된' 내가 봐도 무서웠다. 짱구도 한순간 겁을 내지만 '거 봐, 무서워하면서'라고 자극하는 그 앞에서 '안 무섭다'고 발악을 한다. 누군가 자신을 '겁 많은 아이'로 본다는 게 싫다는 건 일종의 자존심이기도 한데, '원래부터 겁이 많은 어린아이로서의 순수함'이 담겨 있는 귀여운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짱구는 늘 천진난만하게 순수했다. 그 짱구를 보던 우리의 유년이 그러했듯. “괜찮아, 신용카드는 있으니까.“ ”또 빚이네요.“ 짱구는 홀로 눈물을 머금고 있던 찡구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걸 일일이 계산하는 과정이 없어도 짱구는 알았던 것이다. 힘들어하는 누군가 앞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상대에게 힘이 되어줘야겠다는 것. 그것이 헛소리, 엉덩이춤, 자신을 깎아내리는 여러 행동일지라도. 돌이켜 보면 짱구는 늘 그랬다. 어떠한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듯이 '웃음'을 주고, 그것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결국 '친구'가 되기도 했다. 친구에게 코끼리 춤을 전수해주는 건 잘못된 것 같긴 한데.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나 혼자 얼마나 외로웠는데.” 이번 작품에서 유독 '짱구의 비정상적 행동'들이 부각되는데, 그 것들이 하나도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봐온 짱구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고작 만화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도 아니다. 천진난만한 순수함을 가진 '5살 어린아이'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발암 행동'을 하는 자의 나이가 청소년기를 들어섰다면 우리의 감상은 확 달라질 게 분명할 것이기에. “난 네 목에 달라 붙어있는 뱀이랑 담배냄새가 싫다. 하지만 내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이 세상에서 제일 추악한 너란 존재, 그 자체야. 아직 자존심이라는 게 남아있다면 조용히 사라져라.“ 전작에 비해 빌런들의 매력이 굉장히 수준이 높아졌다.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카리스마가 확실했던 아나콘다부터,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악의 기운을 내뿜는 허브, 그리고 탐욕에 찌든 상관에게 넌더리가 나 짱구에게 동화되는 자들까지. “비겁한 수를 쓰다니.” “당연하지, 이 정도는 돼야 악당이라 할 수 있잖아.” [이 영화의 명장면] 1. 원숭이 짱구가 원숭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순수하게 그것에 다가감으로써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항상 먼저 소개를 하고, 도움을 받은 것에 있어서는 고맙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 자신이 그렇게나 아끼는 초코비를 뺏기고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원숭이의 진심을 알아주는 짱구의 마음이, 원숭이에게 도움 받는 날도 있는 기적보다도 더 소중한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만나서 반가웠어. 잊지 않을게.” 2. 기차 기차 먹방은 짱구 먹방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 극에 달한 굶주림과 쉬지 않고 먹어대는 손놀림이 어우러져 '나도 옆에서 한 조각만이라도 뺏어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이내 화이크 스네이크단의 잠입 장면과 허브와 루루가 벌이는 격투씬은 공포스러웠으며 심의 때문에 지금은 보지 못 하는 약간의 잔인함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여보 밥 먹고 바로 자면 못 써요.” “오늘만 너그럽게 봐주구려.” “너구리답게 봐주구려!“ 3. 마신 미스터 허브의 춤사위도 명장면에 넣고 싶었지만 워낙 유명해서 그 이후인 마신끼리의 전투를 뽑았다. 특히 탑이 무너지면서 루루가 허브에게 날리는 발차기 시퀀스가 압권. 특히 아나콘다의 탐욕으로 해괴망측한 마신꼴이 된 장면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기막힌 메세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나 역시 속으로도 '온갖 탐욕과 관련된 소원을 외치고 있는 찰나' 차미리의 싸인을 갖고 싶어 하는 짱구의 소박한 마음 덕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물론 짱구에겐 그것이 탐욕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짱구가 가진 탐욕의 전부라면, 그것만큼 소박한 게 어디 있을까. “안 가고 뭐 해요?” “계단은 질색이라서.” 칭찬을 해주지 않아도 늘 칭찬처럼 들었던 짱구 사실 이 아이는 모든 말들을 칭찬으로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누구 탓인데 그래?” “별말씀을 다 하십쇼.” “칭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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