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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바닥에 떨어진 얼음

상영관 바닥에 떨어진 얼음

5 months ago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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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맨 3기

시리즈 ・ 2025

평균 3.3

애초에 망했으면 그냥 만들지 말지, 뭐 그렇게 절박하게 아무나 만들어 달라고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야애니 감독 앉혀놓고 초저예산으로 만들게 해놨나... 2화 도중에 이미 한 차례 퀄리티가 떨어졌던 2기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데, 이와 비교해도 가히 충격적인 수준. 그나마 고대하던 액션신이 몇 번 공개되었으나, 역시 짐작대로. 턱없이 모자란 자원과 역량 속에서 액션신 만큼은 최대한 어떻게든 좋아보이려 안간힘을 쓴 점은 보이긴 하나... 그 와중에도 같은 프레임을 반복해서 우려먹는 장면도 많고, 다른 장면들에서 지나칠 정도로 움직임을 주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작화를 그린 장면에서도 두상 비율이 갑자기 미간을 기준으로 그 위는 커져 있다거나, 비교적 간단한 그림 안에서의 디테일이 전부 엉성하고 따로 노닐고 있다던지, 3화가 말 그대로 시작하자마자 클로즈업 되어 나오는 찻잔조차 애니 제작에서 작화 퀄리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게 확실한 옥에티가 커다랗게 떡하니 존재한다. 4화에서도 이런 연출적 재량의 문제가 바로 돋보이는데, 개그신의 매 장면 전환과 분위기 변화가 전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싼티가 줄줄 난다. 재미조차 없다. 심지어 사운드를 활용하는 연출에도 심각한 점이 보이는데, 굳이 음악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 BGM을 적용해서 안그래도 별로인 장면을 더욱 망치거나, 너무 잦은 BGM 전환으로 이게 문제임을 직접적으로 인지하게끔 만드는 수준에 이른다. 이 정도면 시즌 전체를 통틀어 검수 단계는 아예 생략한 채 진행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관해 동서양을 불문하고 엄청난 논란이 일었고, 비난과 비웃음이 퍼부어지는 상황이다. 감독은 자신의 (야)애니 감독 커리어에서 이 정도의 비난은 커녕 관심조차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처참할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을 내놓은 반작용으로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끼다가 결정적으로 서구권 애니팬들에게 엄청난 비난 세례를 직접적으로 받자 장문의 호소문을 올린 뒤 자신의 X 계정을 삭제시켰다. 이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동정론이 일면서 일각에선 "감독은 잘못이 없고, 제작위원회에게 책임이 있는 거다." 같은 책임 전가 여론도 생겨났는데, 솔직히 가소로운 이야기이다. 제작사나 제대로 된 감독은 커녕 투자 등 예산 확보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나 붙잡고 새 시즌을 만들어달라 징징대어 결국 강행해놓곤 스케줄 조절조차 허술하게 해버리던 제작위원회에게도 크나큰 책임이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됐던 '야애니와 숏애니 위주로 활동하던 준프로 감독'인 그에게도 작품을 거절할 선택지는 존재했고, 결국 결과적으론 스스로의 욕심도 동했기에 자신이 익숙한 작은 작품이나 자리가 아닌, 갑작스럽게 메인스트림의 유명 작품 새 시즌 감독 자리에 덜컥 앉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면, 제작 총괄인 그에게 당연히 비난의 화살이 돌려져야 마땅한 것도 명백한 사실인 것. 심지어 그는 이미 일찍이 자신에게 작화 퀄리티를 주도하거나 액션 연출을 그럴듯하게 해낼 역량이 없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나름 알려진 단점이었다. 그걸 알고서도 제작사에서 이런 작품을 맡겼고, 감독 본인도 결국 맡았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퀄리티가 형편없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최소한 철저한 검수를 통해 문제가 될 부분을 최소화 했어야 했으나, 이 결과가 말해주는 건 그가 이 정도 예산과 시간 배정을 소화해내도록 제작위원회와의 소통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감독의 위치라면 그 정도의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제작 단계를 조율하는 역량 정도는 필요했다. 비단 제작위원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 컨셉을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원의 제작 환경에서 좋은 작품을 내어놓는게 불가능한 건 아니냐고?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저예산' 애니였다.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애니 프렌차이즈 중 하나인 바로 그 시리즈의 첫 TVA 말이다. 직접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일상 장면에서 움직임을 최소화 하지만 이게 어색하지 않게끔 만드는 연출력이 돋보이며, 작화 등 시각적 연출에 상당한 자원을 요하는 액션신에 실질적으로 상당한 자원을 집중시키며 최대한의 퀄리티를 끌어낸 작품이다. 그 정도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되는 역량으로 이만큼 액션이 많이 나와야 하는 작품을 이렇게 소화해냈다면, 그 반동은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것임에도 은근히 침묵 혹은 감성에 호소하며 어떻게든 비난을 피하려 하는 모습까지 정말 더욱 꼴불견이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애니메이션 제작에 생성형 AI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문제의 장면들까지 여럿 발견되었는데, ‘어짜피 망한 거 걍 될대로 되라지’라며 대놓고 액션신에도 AI를 대폭 활용했는지 7화 쯤 되어서 나오는 액션신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나마’ 올 시즌 전체를 통틀어 장 나은 퀄리키를 보여주며 서구권 애니시장 평균 평점에선 7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물론 그래봤자 ‘동서양 불문 역대 최악’을 갱신한 시리즈임은 분명하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시리즈의 이번 시즌 중에서도 그나마 나은’ 장면인 것이다. 8-90년대 OVA들과 비교해도 여전히 최악의 퀄리티인 장면이다. 결국 냉정하게 말하자면, 바로 그거다. 감독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포르노그래피 이외, 특히 주류 시장에선 “절대” 메가폰을 잡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