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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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영화 ・ 2023

평균 3.9

2024년 02월 01일에 봄

다니엘은 영화 초반부만 해도 비교적 간단한 멜로디도 건반을 잘못 두드리곤 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곤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 아이의 손가락 움직임은 부드러웠고 ‘완벽히 적응을 끝낸 모습’임이 분명했다. 그것은 순전히 다니엘의 의지였다.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는 재판에 나가겠다는 것도, 몰랐던 어머니의 이면을 알고서도 늘 그랬듯 그녀를 안아주는 것도, 어쩌면, 해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진실’을 눈감아주는 것 또한. “넌 내일 재판에 올 수 없어. 네가 상처받을 수도 있거든.” “이미 상처받았어요. 그래서 더 필요해요. 극복할 수 있잖아요.” 다니엘은 ‘아예 앞을 보지 못 하는 것‘이 아닌, ‘앞을 흐릿하게밖에 보지 못 하는 장애’를 가진 아이로 나온다. 해부학에 있어서 육안으로 봤을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은 ’현미‘를 통해 들여다 보아야 한다. 다니엘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읽어야 하거나 지켜보아야 할 땐 유심히 현미해야 한다. 육안으로 상황을 보고 증거, 배경, 감정을 판단했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현미로 해부를 해보았던 건 다니엘뿐이었다. 다니엘의 표정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의 참담함‘도, ’스눕에게 억지로 아스피린을 먹어야 했을 때의 고통‘도, ’점점 그 고통을 적응해가야 하는 내면의 부패함‘도. 해부하는 과정엔 원래 ‘왜’라는 게 없다. ‘어떻게’만이 존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