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리키시
평균 3.8
가족의 이야기를 깊게 끼워 넣어 불행한 사연을 가지고 바닥부터 온갖 시련을 겪으며 올라서는 스포츠 드라마 장르의 전형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것들마저도 작아 보이게 할 만큼 반드시 상대를 밀어 넘어뜨려야만 하는 사람들의 단단한 의지와 열정으로 내내 뜨거운 마음을 가진 채 보게 되는 멋진 작품입니다. 스모라는 스포츠의 전통과 예법을 중시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몰입을 구시대적으로 여기며 비웃듯 시작하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과 스모라는 거대한 판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진지함과 진솔한 자세로 인해서 그 자체가 귀해 보이기도 하는 양쪽 면을 자연스럽게 엮어내어 모두 다뤄내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엔야의 에피소드까지 보면 스모라는 걸 아예 모르고 보더라도 같이 뜨거워질 수 있을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 이 작품은 스모라는 경기의 특성이 작품의 주제와 고스란히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핵심이 되는 건 나와 상대의 싸움이지만 이 작품이 단지 그에 그치지 않고 깊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와 나의 싸움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다 보면 이 작품은 밀어내려는 나와 밀려나지 않으려는 나가 서로 뜨겁게 맞붙는 작품이라는 감상이 남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하는 행동이 처음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다가도 어느새 빠져 보게 되는 이유도 이 작품이 그런 내면의 모습을 입체적이면서도 진솔하게 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의 불행이 어떻게든 참혹한 사연을 만들고자 이를 악물고 쓴 것처럼 다소 거칠고 뭉툭하게 다뤄지면서 단점이 되긴 하는데, 결국 핵심이 그에 있지 않으니 다른 작품처럼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그렇습니다. - 강렬하게 시작하는 오프닝 장면부터 시작해서 숨죽인 채로 보게 되는 스모 장면까지 촬영 면에서도 좋습니다. 만화적인 구성처럼 과한 슬로우 모션이나 클로즈업이 대놓고 튀어나와 있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유머나 드라마와 맞물리면서 짜릿한 느낌까지 만듭니다. 이 작품에서 좋은 건 여럿 있는데 그럼에도 제일은 역시 캐릭터와 캐스팅일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캐스팅은 제 기준에선 완벽합니다. 더 이상 좋을 만한 배우가 없고 딱 캐릭터에 어울리는 캐스팅이 정말 많습니다. 보통 일본 영화나 드라마의 단점으로 짚는 과장된 연기가 몇 조연에서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론 매우 훌륭한데, 그에는 배우의 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잘 만든 힘이 큽니다. - 쉽게 선택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스모라는 스포츠 자체가 생소한 것도 있고 원래 관람의 장벽이 좀 있는 데다가, 생각보다 꽤 잔인한 면도 있고 성적인 농담도 만연한 데다가 아무리 봐도 다수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참 찾기 힘든데, 한번 보기 시작하면 쭉 끌려가는 것처럼 8회까지 푹 빠져 보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선 정말 뻔하지만 어떤 지점에서 끝낸 다음에 차기 시즌의 기대감을 쭉 끌어올리면서 멋지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