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최형우

최형우

2 years ago

4.0


content

위민 토킹

영화 ・ 2022

평균 3.8

2023년 08월 28일에 봄

대화를 통한 혁명, 성장, 연대, 사랑 - 폭력적 체제 아래서 살아온 여성들이 스스로를 구하는 과정! -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 속에서 각자 다른 생각들이 진솔하게 드러나고, 당장은 갈등해도 이야기 끝에 서로를 이해하며 비로소 좋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잘 드러나 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수준 높은 대화로 채워냈다. (2023.08.28.) (이하 스포일러 주의) - 영화에서 여성들이 토론하는 주제는 '떠날 것인가, 남아서 싸울 것인가'이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들이 제기한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 먼저 '우리가 정녕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가?'가 있다. 한창 두 선택지를 놓고 갈등할 때, 오나가 던진 질문이다. 여성이 글을 배우는 것, 마을의 의사 결정에도 참여하게 하는 것, 학교에 세계 지도를 비치할 것을 제안하는데, 결국은 여성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었다. 마리케는 꿈같은 소리라고 조소하지만, 이 질문과 자답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매우 지혜로운 근본적 질문이었다. - 또 기억에 남는 질문은 '좋은 것이란 무엇인가?'이다. 자신과 아이들이 당한 성폭행으로 울분에 찬 살롬은 아이들을 건드리면 죽이겠다, 하느님이 벌을 내린다면 벌을 받겠다고 한다. 이때 오나와 살롬의 어머니 '아가사'가 질문한다. "선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참된 것, 고귀한 것, 의로운 것, 정결한 것, 사랑스러운 것, 영예로운 것이면 무엇이든,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이면 무엇이든 여러분 마음 속에 간직하십시오." 아가사가 새기고 실천하던 빌립보서 4:8에 나온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살롬은 "여기에 남으면 살인자가 될 거예요"라며 남아서 싸우려던 마음을 바꾸게 된다. 오나는 "빌립보서를 생각해봤어요. 좋은 게 무엇인지... 자유는 좋고, 노예의 삶보다 나아요. 용서는 좋고, 복수보다 나아요. 미지의 희망은 좋고, 익숙한 증오보다 나아요."라고 한다. 마리케가 "용서가 복수보다 좋다면, 남아서 용서하는 걸 지지하는 거 아냐?"라고 묻자, 오나는 "강요된 용서를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떨어져 있으면 이 범죄가 왜 일어났는지 생각할 수 있지. 그리고 남자들을 용서할 수도, 이해할 수도, 심지어 사랑할 수 있을지 몰라. 싸우지 말고, 떠나야 돼..."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떠나는 것을 택하게 된다. 그들을 위한 삶을 좋은 방향으로 꾸려가기 위해 모은 지혜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함께 내린 결론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응원하게 된다. - 여기에 하나 더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여성들은 떠나기로 결정한 뒤, 남자 아이들을 데려갈지 논의한다. 어린 소년들은 괜찮지만, 제법 자란 소년들은 새로운 공동체에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누구는 데려가고 누구는 데려가지 않기란 쉽지 않다. 당장 학교 선생님인 어거스트는 남는 소년들을 위해 마을에 남기로 하지만, 사랑하는 오나와 이별할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 사는 세상은 남성과 여성이 분절되어 있지 않다. 모두가 내 아들이고, 아버지고, 남편이며, 모두가 내 딸이고, 어머니고, 아내다. 영화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결국 어린 소년들만 데려가려던 걸 최대한 많은 아들들을 데려가는 걸로 결정이 된다. - 또한 인상이 깊은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폭력적인 구조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마리케는 여성들 중에서도 가장 악독하고 상습적인 폭력을 남편으로부터 당해왔다. 하지만 떠나는 것을 가장 반대해왔다. 남편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제대로 대항도 해오지 않았다며 비판한 오나에게 마리케는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말하는 거야? 내가 뭘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라고 울부짖는다. 그러자 마리케의 어머니인 그레타는 자기가 남편에게 순종하고 용서하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서 그렇다며 딸에게 사과한다. 폭력적인 구조를 깨닫지 못했던 것, 그것의 일부가 되어서 폭력이 대물림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비로소 인식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새로운 구조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진다. 아직도 세상에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많이 남아있다. 이를 인식하고 바꾸는 시도는 여성들에 의해서 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