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김동원

김동원

7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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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책 ・ 2018

평균 3.7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읽을 때 도무지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 때문에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꾸역꾸역 다 읽고 나서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했다. '큰 것'들에게 휘둘리는 세상의 '작은 것'들의 이야기라는 것. . 작은 것들의 이야기는 비단 사회의 소수자들, 그러니까 성소수자들이나 극단적 빈곤층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커다란 제도나 규율안에서 소소히 작은 일상을 해내어가는 구성원들, 그러니까 당신이나 나같은,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세상을 굴려나가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 '피프티 피플'에서 군상들의 잡다한 이야기만으로도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정세랑 작가님이, 이번에는 더 깊이, 때론 판타지스럽고 때론 더 재치있게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들려주었다. . '해독이 되는 이혼'도 있을 것 같아서 썼다는 <이혼세일> 돌연사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보늬> 삶에서 도망치는 게 장기인 <효진>의 이야기 그리고 아예 사람들의 절망을 빨아들이는 이야기인 <옥상에서 만나요>까지 . 무엇하나 빠트릴 수 없을 만큼 작품들이 다 좋고 어떤 작품은 키득키득 웃으며 읽었고 어떤 작품은 뭉클했다. . 이제 나는, 우리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하고 가장 다정하게 들려주는 작가를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정세랑 작가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 오래전 사내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때, 회사 빌딩 옥상이 비밀 데이트 장소였었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도시락을 사와서 옥상 물탱크 뒤에 숨어 함께 나눠먹었던 기억과 '옥상에서 만나요' 주고받던 문자메시지가 떠올라 이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괜히 애틋했다. . 다행히도(?) 그런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만큼의 따뜻함과 소중함,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산들산들 봄바람 부는 옥상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꼭 한번은 만나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 나도 연휴에 한번 더 읽을까... 작가님 옥상에서 한 번 만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