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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사라진 자리는 돈, 경제로 대체되었다. 윤리와 도덕은 책에서나 보게 되는 골동품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양심은 봄날의 거추장스러운 외투처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내버리고 싶은 것이 되었다. 그래야 탐욕을 채우기가 더 수월하니까. . 철학, 윤리, 도덕, 양심을 버린 결과는? 그 결과를 옴니버스 형식의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고 있다. 배려와 존중이 없는 사람들과 부딪치며 사는 것이 끔찍이도 싫어 정신을 놓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자해하는 소녀, 암에 걸린 아내를 둔 남편과 그의 가족들, 중국 출장을 간다고 아내를 속이고 외간녀를 만나는 남자, 마약쟁이의 친구 변호사, 이들 사이에서 34년 교수생활을 마감하는 월터 교수가 어떻게 살 것인지, 또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사유하는 강의가 간간이 끼어든다. . 하지만 현상황에서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서로 타인이 되지 말자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인터넷으로 사람들은 더 촘촘히 연결되어 있지만 마음의 빗장은 점점 더 굳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으로 이를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이미 사람들은 철학 없이도, 윤리나 도덕 없이도, 양심 없이도, 사유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악마의 힘을 강력하게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 악마의 힘을 무찌르기란 거의 불가능하리라. . . 각각의 에피소드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연관성을 갖게 되는데, 월터 교수를 구하려다 죽은 마약쟁이 스토리가 기억에 남을 듯하다. 5달러의 선행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게 해주더라는.. . 무향의 담백한 차를 마시고 난 느낌이다. 찻잔을 쥔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삶의 온기. 월터 교수가 바로 그런 삶을 살아온 듯하다. 죽음마저도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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