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부리

아르테
평균 3.7
사람들은 '좋은' 문화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각기 다른 척도를 지니고 있다. 나는 수용자가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작품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작품이야말로 현대 한국사회에 부합하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정한 가치-독립, 민주화 등-가 여타의 가치들을 월등히 압도하는 시대적 과제로 남아있던 시기에 이런 지점에 천착하는 작품들 중에 뛰어난 작품들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심훈 시인의 '그날이 오면'이나 김준태 선생님의 '아아 광주여 우리 민족의 십자가여' 등) 다만 현대 한국 사회가 특정한 과제의 성취 여부에 사회 전체가 반응하던 시기를 지났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반향을 가지기가 어려워졌을 뿐이다. <아르테>는 이런 측면에서 '좋은' 작품이다. 독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있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묘사에 집중할 수도 있고, 동종 업계 종사자라면 당대 예술가들의 작업 환경에서 동병상련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직업적 성취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통속적인 이야기로 접근할 수도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서는 훌륭한 페미니즘 텍스트로도 독해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참신한 소재를 통해 독자가 여러가지 접근을 할 수 있는 만화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P.S 주인공 아르테가 '남자들의 세계'인 예술 공방에서 고투하며 끝끝내 예술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에 산전수전 다 겪고 임원이 된 여성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이 '여성'이기에 장관이 될 수 있었다며 할당제를 절찬리에 옹호하시던 모 부서의 모 전 장관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씁쓸했다. 정계든 재계든 예술계든 결국 인정받으려면 모든 것을 떠나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분명할진대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삶으로 이를 증명해오신 분들 앞에서 '여성'이라는 귀속적인 정체성 덕분에 장관 자리까지 꿰찼다고 거침없이 얘기하는 건 동석한 분들은 물론, 모든 여성의 잠재력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