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메간
평균 2.6
2023년 07월 25일에 봄
“그건 부모를 도와주는 게 아니고 아예 대체하는 거잖아. 메간이 애 잠자리를 봐 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면, 넌 언제 걔랑 놀아주고 대화를 나눌 건데?” ‘메간’의 존재는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일을 겪은’ 아이에게 위로를 뛰어 넘어서 ‘좌절’했던 기억 자체를 잊게 만드려고 하고 있다. ‘슬픔’, ‘분노’ 같은 지극히 이성적인 감정들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행복으로 위장’하고 있는 ‘의존’, ‘혼란’에 속아 진짜 소중한 것이 뭔지 모른 채로 무언가에 의존하며 살게 된다면 삶에 있어서 '주도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 경각심을 느끼게 된 작품이었다. "넌 뭐야?" "나도 늘 그게 궁금해." ‘로봇이 살생을 저지른다’는 내용은 로봇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과는 달리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위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저지르는 것이 인간의 살생이라면, 메간은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인간은 아무렇게 살생을 저지르면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왜 그러면 안 되냐'는 메간의 개념이 '그럴싸하게' 들리다가도 어느 순간 바닥을 치는 영화의 몰입도 때문에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려 드는 '폭주 살인 장난감'처럼 보이기만 했다. “메간은 모르는 게 없죠, 그런데도 언제나 제 생각을 제일 궁금해해요. 제일 좋은 건 그 다정한 눈빛이에요. ‘네가 제일 소중해’ 그런 눈으로 절 보거든요.” 대놓고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라고 광고해놓은 것은 좀 민망하지만 이 영화는 소재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흐름이 꽤 재미있게 구성되어있다. 공포스럽다기엔 정말 '깜짝 놀라는 장면'이라든가 '소름끼치는 음향'도 온데 간데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메간'이라는 장난감이 어떤 식으로 인물들에게 '위협의 존재'로 각인이 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웬만해선 '그래도 조금은 무서웠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정말 완벽하게 무섭지 않았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사족보행 메간 악인이라기엔 그저 '인형을 세게 때리는 남자아이'일 뿐이었지만(본인이 아파서 분노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음) 매너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친히 네 발로 걸어다니며(자세와 속도가 판타지물에 등장하는 거미와 흡사) 당해보면 그만큼 무서울 게 없을 추격전이 펼쳐진다. 사실 이런 추격전은 쫓기는 자에게 이입이 되어있어야 '쫓김 당할 때의 서스펜스' 같은 게 존재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냥 굳이 산짐승 빙의한 메간의 사족보행 시퀀스가 인상적이었다. “뭐 해? 어서 달아나야지.” 2. 칼잡이 메간 메간이 처키마냥 칼을 들고 쫓아오는 것보다 충분히 살려줄 만한 인물들인데 가차없이 칼 꽂아버리는 메간의 강단이 더 무서웠다. 이미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로 '꽤 긴 칼 쓰는 법'을 터득한 메간은 더 이상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아닌 '군사무기'였다. 허나 몸집이 작은 탓인지 자꾸만 '저 정도 체급이면 진짜 해볼 만하겠는데'라는 몰입을 깨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칼을 쑤시는 것에 끝나지 않고 대상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수치심까지 안겨주는 메간의 태도를 보고 '그냥 도망치는 게 맞았구나' 싶었다. “근데 문제는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도 네가 과연 그 죄책감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냐는 거지.” 놀랍게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 '다음 장면 무서울 것 같은데' 같은 불안감도 들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 공포영화 볼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숨 참는 사람들이 봐도 결코 그럴 장면들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공포영화 “혼자라 느껴지거나,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을 때 손을 뻗어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친구는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네 꿈을 말해줘. 나도 그 꿈을 꿀게. 너무 기뻐. 마침내 너를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