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드덕

더 그레이트
평균 4.0
[시청 중] 보는 중인데 각색이 많이 들어갔다. 여주 캐서린(예카테리나 2세)이 러시아로 건너갔을 때 피터 (표트르 3세)가 이미 황제로 나오고, 엘리자베스(엘리자베타)는 그냥 시이모인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역사와는 다르다. 피터가 자기 어머니가 Empress였다는 대사를 치는데 이것도 고증에 안 맞는 대사다. 피터의 어머니 안나 페트로브나는 대제라 불리는 표트르 1세의 딸로 공주이자 대공(=러시아에서는 황제의 자식들은 모두 대공)이었고 스웨덴의 귀족과 결혼했다. 그러니 황제도, 황후도 된 적 없다. 동생인 엘리자베스(엘리자베타)가 친척에게로 넘어갔던 황위를 궁정혁명을 통해 쟁취해서 스스로 황제가 된 것은 맞지만 안나는 아님. 그리고 피터가 캐서린과 결혼했을 당시 그는 황태자였고 황제가 된 건 이모이자 선대 황제인 엘리자베스가 죽은 뒤였다. 그리고 6개월 조금 넘는 재위 기간 끝에 아내 캐서린에 의해 쫓겨나게 된다. 피터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황제가 되었고 엘리자베스는 그냥 황후의 동생인 걸로 아예 설정을 바꿈. 이런 걸 보니 고증보다는 극의 재미에 더 치중한 듯하다. 유럽이나 러시아의 다큐 느낌 나는 대하사극과는 달리 연출이 세련되어 전개도 빠르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장면이 없음) 재미는 있는데 정통 시대극보다는 옷만 바뀐 요즘 드라마 같다. 애플TV 플러스의 <디킨슨> 같은 느낌. 영드 <멀린>처럼 인물들의 이름만 가져 온 로판 드라마랄까? (그렇다고 마법이 나온다는 건 아님ㅋㅋㅋ) 퓨전 사극이긴 한데 팩션 사극이라고 하기에는 설정이 아예 다름. 미국 방송국 놈들은 예전에 미드 <레인> 때도 그러더니 남의 나라 역사라고 고증은 버리고 재미있어 보이는 설정만 따와서 그냥 막 갖다 쓰는 듯ㅋㅋㅋㅋㅋ 그리고 미드라서 어쩔 수 없겠지만 여기서도 만국공용어가 영어로 나옴. 러시아 사람이든 독일 사람이든 죄다 영어로 말하고 씀. 적어도 극 중에서 외국인 캐릭터는 외국어 쓰는 성의를 좀 보이라고ㅋㅋㅋㅋㅋㅋ 훌루 드라마라 매운 맛인데 엘르 패닝은 혼자 디즈니 공주 같다ㅋㅋㅋㅋ 제인 오스틴 시리즈 여주들 (특히 엠마) 같기도 하고 너무 귀여워ㅜㅜ 애가 해맑은데 기는 겁나 셈ㅋㅋㅋㅋㅋㅋ 남편의 여러 기행(일방적인 잠자리, 깔보는 말투, 틈만 나면 잔 깨부수기, 복도에서 추행 등)에 충격 받고 멘탈 나갈만 한데 그러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씀. 진짜 광기란 이런 게 아닐까?ㅋㅋㅋ 니콜라스 홀트는 보는 사람 열받게 만드는 연기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함ㅋㅋㅋㅋㅋㅋ [시청 전 기대평] 국내에서는 캐치온으로 방영되었는데 대체 OTT에는 언제 풀리나 그동안 목 빠져라 기다렸다ㅠㅠ 티빙에 먼저 올라와서 티빙 독점일 줄 알았는데 왓챠에도 드디어 올라왔네. 예카테리나 2세를 다룬 드라마가 그전에도 꽤 있었는데 러시아에서 제작한 <예카테리나 2세> 시리즈와 <캐서린 더 그레이트> 정도만 국내 OTT에서 볼 수 있었음. 그래서 헬렌 미렌 주연의 HBO <캐서린 더 그레이트>과 엘르 패닝 주연의 hulu <더 그레이트>가 공개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 드라마인 <예카테리나 2세>는 분량도 그렇고 대하사극 같은 느낌이라 재미는 덜했다. 촬영지, 세트와 의상 등 볼거리가 다양했으나 연출이나 스토리 등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지루한 구간이 많아서 10회인데도 꾸역꾸역 봄. <러브 인 체인> 같은 걸 보면 우크라이나가 드라마를 훨씬 더 잘 만듦. HBO와 제목이 같은 <캐서린 더 그레이트>도 보려다가 푸틴 때문에 정나미가 다 떨어져서 안 봤다. <예카테리나 2세> 시즌 1이 내 처음이자 마지막 러드가 될 듯... 미국인들이 만든 러시아 여왕 이야기지만 미드니까 재미는 훨씬 더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표트르 역은 변덕스럽고 칭얼거리는 연기를 강조한 캐릭터라 애처럼 보여서 그나마 덜 화났는데, 여기서는 니콜라스 홀트라니! 포스터만 봐도 캐릭터 해석을 다르게 해서 징징거리기보다는 깔보며 업신여기는 연기를 할 것 같아 더 빡칠 듯.ㅜㅜㅋㅋㅋㅋㅋㅋㅋ [예카테리나 2세의 로판 급 서사] 예카테리나 2세의 이야기는 전남편 복수물이라는 로판 서사 (요즘은 현대로맨스도)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로맨스는 없지만... 예카테리나 2세는 평강공주와 달리 바보 남편을 고쳐먹지 않고 버린다. 표트르 3세는 온달이 아니었으니까. 첫째로 인성이 글러먹었고, 둘째로 고쳐봤자 가망이 없었으며, 셋째로 적국인 프로이센의 군주를 추앙했던 터라 러시아 국민들 시점에서 매국노나 다름없었다. 예카테리나 2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편을 몰아내어 황실을 장악할 명분으로 삼는다. 조선을 주제로 다루는 사극에서는 태조~세종대왕으로 이어지는 건국 초기, 숙종(붕당정치, 인현왕후와 장희빈), 정조 시대 등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러시아 역사에서도 이야깃거리를 가진 통치기가 몇 개 있다. 나라를 잘 다스리다가 사랑하는 아내 아나스타샤가 죽은 이후 편집증이 심해져 아들을 제 손으로 때려 죽이는 등 말년의 기이한 행각으로 뇌제로 불리는 이반 4세. 재혼을 위해 첫 황후 솔로모니아를 강제로 수도원으로 쫓아낸 바실리 3세. 재혼한 옐레나 황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게 이반 4세임. 귀족들의 수염을 잘라버리고 수염에 세금을 매기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시행한 계몽군주 표트르 1세. 혁명으로 제위에서 내려 온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 특히 니콜라이 2세 시기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즉위식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이건 생략. 그는 헤센의 대공녀 알렉산드라와 열렬히 사랑하여 연애결혼을 했고 금슬이 좋아 둘 사이에 4명의 딸과 막내 아들 알렉세이가 태어난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외손녀인 알렉산드라는 혈우병 보인자였고 그녀의 아들인 황태자 알렉세이는 혈우병을 앓는다. 혈우병 환자는 혈액 응고 인자 결핍으로 한번 피가 나기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는다. 이를 고치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에 이들의 앞에 수도승 라스푸틴이 나타난다. 그가 있을 때는 신기하게도 피가 멎었고 차르 부부는 그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다. 야망 넘치던 라스푸틴은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니콜라이 2세는 러일 전쟁을 지휘하러 전장에 나가면서 황실을 황후와 라스푸틴에게 맡긴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의 염문설과 함께 민중들의 분노 지수를 차곡차곡 적립해나간다. 니콜라이 2세의 말로는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굉장히 흡사한 점이 많다. 황후 알렉산드라는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적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미움을 샀고 불륜설과 같은 추문에 휩싸여 여론이 악화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두 부부는 혁명 정부와의 협상 중에 망명을 시도한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처형당한다. 조국을 버리고 도주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 많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예카테리나 2세 또한 외국인 황후였다는 점이다. 그것도 적국인 프로이센의 귀족 가문 출신. 그런데도 오히려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2세를 덕질(?)하던 남편과 반대로 루터교에서 러시아 정교회로 개종하고 러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는 등 러시아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어디든 왕가의 정통성 계승을 중시하는데, 외국인 황후의 궁정 쿠데타가 성공하여 새로운 황제로 등극했다는 게 놀라운 지점이다. 심지어 어린 아들을 보위에 올린 섭정의 개념도 아니라는 점. 34년 간의 통치 끝에 예카테리나 2세가 서거하고 나서야 아들인 파벨 1세가 물려받는다. 어쨌든 그렇게 겨우 맥을 이은 로마노프 왕조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결국 300년 역사의 로마노프 왕조는 그녀의 5대손인 니콜라이 2세의 시대에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