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4.5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영화 ・ 2023
평균 3.4
2023년 11월 15일에 봄
그렇다고 우린 파멸이 두려워 사랑을 거부하지 않는다 기존 <헝거게임 시리즈>의 흐름과는 상반된 재미로, 프랜시스 로렌스의 장점 중에 하나인 '영상미'와,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 구현이 전작들 중에서도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서사나 드라마 자체는 구축이 굉장히 잘 되어있지만 보다 보면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장면장면이 굉장히 흥미로웠고 삽입되어있는 사운드트랙과 액션 또한 훌륭하여 여러모로 '헝거게임스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프리퀄이었다. "시킨다고 노래 부르지 않아. 할말이 있을 때만 부르지." <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엔딩은, 캣니스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들리는 그녀의 보이스오버로 장식되어 있다. 이것만 봐도 이 시리즈는 끝까지 이 '헝거게임'이라는 시스템이 현실에 있는 관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시리즈 중 이번 프리퀄이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현실적인 전개에 힘입어 잘 강조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공감도 수월했고, 여러모로 '판타지스러웠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판타지는 순간적인 장면에 불과할 뿐 전체적인 흐름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로렌스 감독은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 현실적인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걸 참 잘하는 것 같다. "네 잘못이 아니야." "알지, 근데 내 잘못이 아니라서 숨 막혀 죽겠다." 이 영화가 기존 시리즈와 차별이 되는 또 다른 특별한 매력은 바로 조공인과 울타리 바깥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을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다는 것이다. 조공인 중 일부는 자신의 멸시받는 것에 세상을 향한 증오를 품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식량을 주기 위해 온 멘토를 살해하고 만다. 분명 비인간적인 헝거게임 안에서 그들은 세상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목숨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드는 와중에도 끝까지 신분상승을 목적으로 자신의 조공인을 '지켜내기 위해', 혹은 세상을 선하게 바꿀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같은 관객들로 하여금 관점의 선택지를 두는 연출이 좋았다. "그래서, 너는 누구지?" "승자입니다." [이 영화의 명장면] 1. 폭발 반란군이 심어놓은 폭탄이 터짐과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긴박해진다. 그 누구보다 이 곳에서 죽기가 두려워, 스노우에게 여기서 죽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던 루시 그레이인데, 위기에 처한 스노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도망갈 수 있었음에도 주저없이 달려든다. 앞서 살인을 저지르고 공격성도 내비쳤던 다른 조공인들과는 달리, 그녀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처럼, 희망적인 선율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그녀. 스노우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 그 사랑이 시작된 시발점이 바로 이곳이었다. "내일 여기서 날 죽게 하지 말아줘." 2. 세 번의 살인 스노우는 자신의 과거 모습까지 살인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헝거게임'이라는 시스템이 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고 있었기에. 그는 루시 그레이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서 버려야 하는 자신의 진짜 신념을 버리지 못 했다. 그것은 살인을 한다고 해서, 총을 버린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결국, 루시 그레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남은 건 영원히 흉터로 남을 뱀에게 물린 상처뿐이다. "날 죽이려는 거야? 널 위해 이렇게까지 했는데." 스노우는 그 때부터 이 지옥과도 같은 헝거게임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파멸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