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n park
6 months ago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평균 3.8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벙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가 만든 세상 안에서 보호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나의 고독한 타인이 힘껏 쌓아올린 세상 속을 거니는 그 기분이 참 따스하고 묘한데 그것이 그의 문체, 즉 고유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는 게 외롭던 청년 시절엔 그 스타일에 자주 미혹되었다. 위로보다 힘을 필요로 하는 중년 남자가 되고부터는 산들바람처럼 가뿐한 문장보다 겨우 써낸 문장 위에 더 오래 머물게 되긴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때로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시니컬하다. 어찌 보면 비겁하고 어찌 보면 겸손하다. 이 책은 그 자신이 예술가가 아니라는 선언에 가깝다. 그러나 어쨌든 후대는 그를 예술가로 기억할 것이다. 그는 어쩌면 간교하리만큼 영리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기만의 법칙으로 자기 벙커를 구축했고 그 세계를 오래 지탱하다 갈 것이다.